'로켓'으로 국내 생필품 장악한 쿠팡…글로벌 '명품 생태계'로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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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또 한번 유통업계에 충격을 가했다.
쿠팡은 창사 10여 년 만에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식품·생필품) 시장 1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유통 공룡'의 입지를 굳혔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4000억달러(약 522조원·베인앤드컴퍼니 추산) 규모의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파페치의 방대한 명품 라인업이 국내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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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1위 넘어 세계로
물류 혁신+명품 플랫폼 결합
구찌 등 1400개 브랜드 입점한
파페치 e커머스 네트워크 활용
'명품 당일배송' 도입할 듯
"명품은 백화점" 패러다임 대전환
대형마트서 백화점으로 확전
쿠팡이 또 한번 유통업계에 충격을 가했다. 쿠팡은 창사 10여 년 만에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식품·생필품) 시장 1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유통 공룡’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엔 명품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 인수를 통해 명품시장을 정조준했다. 쿠팡과 롯데, 신세계 등 메이저 유통 그룹 간 전선(戰線)이 대형마트와 e커머스에 이어 백화점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522兆 글로벌 명품시장 진출
파페치는 국내 해외 직구(직접 구매)족에게도 잘 알려진 글로벌 명품 플랫폼의 원조다.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모조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2019년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 ‘마셀로블론’ ‘팜엔젤스’ 등을 보유한 이탈리아 뉴가즈그룹을 인수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23억1670만달러(약 3조186억원)다.
파페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케링그룹이 양분해온 오프라인 명품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명품시장의 둔화와 무리한 투자로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최근엔 부도 위기까지 맞았다.
파페치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쿠팡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패션 부문 역량을 빠르게 키워나갈 계획이다. 소비자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패션, 뷰티 품목은 쿠팡 등 종합몰보다 무신사 같은 버티컬(특화) 커머스(전문몰)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쿠팡은 이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4000억달러(약 522조원·베인앤드컴퍼니 추산) 규모의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많은 세계 1위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국내 명품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12%·올해 기준)이 여전히 해외 평균(19%)보다 낮아 온라인 명품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파페치의 방대한 명품 라인업이 국내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이어 백화점과 한판
쿠팡은 혁신적 물류 역량을 파페치와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쿠팡이 중장기적으로 전국 100여 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한 ‘로켓(내일) 배송’ 서비스를 명품 판매에도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페치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의 부티크 인근에서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배송은 최장 5일가량이 소요됐다. 쿠팡의 국내 물류망이 결합하면 배송 기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7월 럭셔리 뷰티 전용관인 ‘로켓 럭셔리’를 열고, 정품 인증이 된 명품 화장품의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앞으로 로켓 럭셔리 품목을 명품 패션으로 넓히는 식으로 명품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이번 인수로 쿠팡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물론 오프라인 명품시장을 주도해 온 백화점업계와도 경쟁하게 됐다. 쿠팡 관계자는 ‘쿠세권’(로켓 배송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명품 배송이 이뤄지면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명품 소비 패러다임이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통시장 점유율 10% 고지를 선점한 업체가 아직 없는 만큼 파페치 인수가 쿠팡의 점유율 확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쿠팡이 명품시장 진출을 위해 섣불리 파페치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파산 위기까지 몰린 기업에 6000억원 넘는 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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