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여론에 이낙연 회군하나···이재명 손 내밀까
신당 창당 주춤하며 퇴로 마련 전망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의미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 이 말을 계속하지 않았느냐”며 이재명 대표에 공을 넘겼다. 당내 반발과 명분 부족으로 회군을 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계속해서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이상 두 사람의 만남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KBC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오는) 20일 이 대표와 김부겸씨가 만나는데 그 회동을 좀 지켜봐야겠다”며 이날로 예정된 인터뷰의 잠정 연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제가 의미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 이 말을 계속하지 않았습니까”라며 “오늘 (KBC) 질문서는 이건 지금 완전히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하거든요”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열차를 잠시 멈춰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 전 대표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KBC가) 신당을 이미 차린 것처럼 질의를 하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연기한 것”이라며 “이대표 사퇴라든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신당은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사당이 붕괴가 된다면 굳이 신당(창당)을 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제로니까 신당을 꺼낸 거고 신당에 대한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회군 시그널’에 대해 신당 창당을 접고 퇴로를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연서명에 동참하는 등 당내 반발이 작지 않다. 오는 20일 이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28일 이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회동도 각각 예정돼 있는 만큼 자칫 고립무원 처지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이 전 대표의 본거지인 호남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호남에서 상당히 반발이 심해서 그럴 것”이라며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한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의) 말로가 안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을 뛰쳐나갈 명분을 마련하지 못한 이 전 대표가 공을 다시 이 대표에 넘긴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명분 축적이라든가 내부 동력을 만들지 않고 나가기는 어렵겠다 싶으니까 지금은 공을 다시 민주당에다 넘기면서 지켜보자 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출구 전략을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말하는 ‘획기적 변화’란 이 대표의 사퇴를 함축하는 것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영장 기각을 거치며 어느 정도 해소됐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후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비토 정서는 완화됐다. 무엇보다 당내 의원들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천권을 쥔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표 사퇴에 따른 혼란이 있을 경우 표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있다.
이제 이 대표의 시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를 지낸 한 의원은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명분이 한참 부족하다”면서도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이렇게 노력하지 않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안철수 탈당한다고 할 때 집에까지 찾아가고 그랬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해서 안철수가 나갔기 때문에 다시 당을 결속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정 전 총리와의 만남을 이 전 대표에게 당으로 돌아올 명분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총리 회동을 ‘이낙연 고립용’이 아닌 ‘민주당 통합용’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지금 실제로 출구 전략을 고민한다면 ‘다른 두 총리가 만나니 나도 (이 대표와) 만날게’ 하면서 출구 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만나더라도 백지 상태에서 만나야지, 어떤 조건이 안 되면 안 된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협박이고 겁박”이라고 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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