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부적격 잡음···비명계 “검증은 친명 사유화 대상 아냐”
내년 총선 후보자로 적격한지를 심사하는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검증위가 주요 당직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비이재명(비명)계 원외 인사들에 대해 잇따라 부적격 결정을 내리면서다. 비명계 일각은 “공직후보자 검증이 친명(친이재명)에 사유화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과 최성 전 고양시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격 결정에 대해 반발했다. 김 전 시장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현역인 경기 시흥을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전 시장은 전날 당으로부터 “21대 총선 공천 확정 이후, 당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행위로 부적격 판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김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선을 하지도 않았는데 경선 불복이 있을 수가 있나”라며 “당 총선 승리를 기획하고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헌신해야 할 사무총장이 지역구 경쟁 상대를 제거하는 데 당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에서 “(21대 총선 당시 시흥을 도전자였던) 김봉호 변호사는 저보다 먼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적격 결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검증위는 지난 14일 김 변호사를 시흥을 지역구 적격 판정자로 공고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전 시장은 고양시장 시절 당정협력에 일절 불응했다는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최 전 시장은 한준호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최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고양시장 재임 8년 동안 셀 수 없이 당정회의를 했다”며 “서울외곽순환도로 가격 인하,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환경 유해 시설 승인 취소 등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력에 있어서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당정 협력 일절 불응이라고 판단한 것은 명백히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거나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로 세칭 분류되는 것에 대한 정치탄압으로밖에 해석되기 어렵다”고 했다.
검증위는 서울 동작갑 출마를 준비 중인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에도 부적격 의결을 내렸다. 동작갑은 검증위원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현역인 지역구다. 이 전 구청장에게 당정협력 일절 불응과 성비위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켜 부적격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구청장은 구청장 현직 시절인 지난 2018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돼 2019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전 구청장은 통화에서 “검증위에서 당정 협력과 관련해 소명 요구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며 이날 중으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갑 출마를 준비 중인 유승희 전 의원도 부적격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조직인 ‘명랑여성시대’를 만드는 등 친명계 행보를 해왔다.
반면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옹호하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사퇴한 남영희 전 부원장은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지역구 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에서 “공직후보자 검증은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명의 사유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검증위원장 겸 수석부총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사유가 아닌데 부적격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부적격 심사 기준에 맞춰 적격,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검증위는 입장문을 통해 “김윤식 신청자는 2020년 당의 공천 결정에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민주당을 상대로 2년 6개월에 걸쳐 1억원 상당의 비용을 요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하여 패소했다. 이러한 행위는 일반 및 특별당규상 당의 결정을 현저하게 위반한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또 “최성 신청자는 고양시장 재직 시절 당정협의 일절 불응 등의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검증위는 부적격 의결에 이의신청 등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외부의 힘을 빌어 당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유를 공개하여 바로잡겠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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