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진용 재편한 尹…국정원 정상화·경제안보 강화 포석
안보실 3차장 신설 등으로 공급망 대응 포함 경제안보 중시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외교·안보 분야 진용을 새롭게 구축했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조태열 전 주유엔 대사를 각각 임명한 것이다. 두 자리 모두 정통 외교관 출신을 발탁했다는 외견상 공통점이 있지만, 목적은 다르다.
조태용 후보자는 현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지냈고, 이후 안보실장으로 옮겨 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안보를 총괄했다.
조 후보자의 경력을 바탕으로 외교부 장관 '1순위'로 꼽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국정원장이었다. 이는 국정원이 현 정부 들어 전례 없이 여러 차례의 인사 파동을 거치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김규현 전 원장을 포함해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조직이 술렁이는 동안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때는 해외 정보 수집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을 정상화할 구원 투수로 조 후보자를 등판시킨 것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명 발표 후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국정원이 세계 어느 정보기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초일류 정보기관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김규현 원장도 외교관 출신이어서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조 후보자의 기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안보실장으로서 보였던 위기 대처 능력과 조직 장악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안보실장·주미대사·안보실 1차장 등을 거치며 대미·대북·안보 분야에 정통하고 관련 정보를 다뤄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내년 11월 국제 정세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미국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통'으로 통하는 조 후보자가 역할 공간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태열 후보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상외교'다. 외교관 생활의 상당 기간을 통상 분야에 몸담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경제·다자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2차관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패널 의장,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지역통상국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외교를 다뤄본 경험이 미흡하다는 외교가 안팎의 우려도 검증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분절화가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조 후보자 기용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동맹 구축에 주력했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서도 '경제=안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내놨다.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공급망 불안정 문제를 선제적이고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상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의미다.
국가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직 신설을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발 요소 수급 불안정 상태로 상징되는 공급망 리스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격화 속 경제가 곧 안보라는 '경제안보' 기조를 강화한 것이다.
이달 초 역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경제외교 분야를 다뤄온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국제통상 전문가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최근 지명한 것도 이 같은 기조에서 나왔다.
안보실 3차장 확대 개편까지 더해 사실상 경제안보 진용이 짜인 셈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신임 안보실장 인선은 보류했다. 국정원장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조 실장이 현직을 유지하는 점을 고려해서다.
후임 안보실장으로는 장호진 현 외교부 1차관이 유력 거론되고 있다.
장 차관은 주러시아 대사를 비롯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 북미국장 등도 역임해 미국·북핵·러시아 등 업무에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김태효 1차장을 실장으로 내부 승진시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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