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發 물류대란 공포 커지자 … 美, 英·佛 등과 공동 군사대응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2.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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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운송 차질 우려 … 글로벌 공급망도 타격
이스라엘에 반발한 예멘 반군
홍해에서 상선들 무차별 공격
美 국방 "항해 자유 보장할 것"
해운사 이어 英BP도 운항 중단
국제유가 일주일새 6% 치솟아
유럽·아시아무역량 40% 차지
희망봉 우회땐 운임비용 상승

지난주 배럴당 70달러 선이 무너졌던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다. 이스라엘에 반발한 예멘 후티 반군이 전 세계 해운 거점인 홍해에서 상선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원유 운송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다국적 해운사가 줄줄이 홍해 운항을 중단하는 등 전 세계 물류 시스템이 마비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대규모 군사대응 계획을 내놨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2.47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4달러(1.46%) 상승했다.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77.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4달러(1.83%) 오른 가격이다. 지난 12일 WTI는 배럴당 68.61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3.24달러로 저점을 찍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각각 5.6%, 6.4% 급등했다.

홍해 물류 마비로 원유 운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홍해 항로는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날 영국계 다국적 에너지 대기업 BP는 홍해를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BP는 성명을 내고 "홍해 항로의 안보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홍해를 통과하는 모든 운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며 "위험 예방 조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유지된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 5대 해운기업 가운데 4곳이 홍해 운송을 중단했다. 스위스 MSC, 덴마크 A P 묄레르 메르스크, 독일 하파크로이트, 프랑스 CMA CGM 등이다. 아시아계 기업 중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 한국 HMM 등도 홍해 항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대체 항로를 택하면서 운임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홍해 항로를 대체하는 최단 경로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인데,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운송한다고 가정하면 홍해 수에즈운하 대비 약 9000㎞ 길다. 운송 기간도 최소 일주일 이상 더 걸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희망봉을 우회한 선박은 55척이나 된다.

홍해 항로를 이용하는 해운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이른바 '반군 리스크'가 커지면서 다국적 해양 보험사들은 최근 홍해의 지역 위험도를 더 높게 평가하고 더 비싼 보험료를 매기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분석가 대니얼 하리드는 "(홍해 운항을 중단하는 것이)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의 신용도에는 긍정적이겠지만, 공급망의 추가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닝 글로이스타인 유라시아컨설팅그룹 이사는 "홍해를 통과하던 모든 운송이 희망봉 우회 경로로 대체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최소 10~15달러 급등할 수 있다"며 "유럽의 주요 가스 거래 벤치마크인 TTF 가격은 25~30% 오를 위험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AP통신은 "주요 에너지 외에도 팜유 등 곡물이나 식료품, 제조 제품 대부분이 컨테이너 선박으로 옮겨져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국가 피해가 예상된다. 존 스토퍼트 국제해운회의소 환경·무역 담당은 '홍해 리스크'를 두고 "유럽과 아시아의 문제"라며 "유럽과 아시아 사이 무역량의 40%가 수에즈운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에 중동 역내 해양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해 안보에 중점을 둔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주도 아래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함대를 꾸려 민간 상선을 보호한다는 것이 골자다. 오스틴 장관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 격화는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리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이는 집단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가의 항해 자유를 보장하고 지역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예멘 후티 반군의 무함마드 압둘살람 대변인은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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