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전통시장은 '쇼핑 파트너'… 휴업규제 완화 속도 붙는다
전통시장 평일매출 11% 늘고
마트 휴일 결제액은 16% 증가
전체 매출 모두 늘며 '윈윈'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재편
전통시장은 레트로 '핫플' 인기
곳곳서 대형마트와 상생모델
충북 청주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한 이후 대형마트는 주말에, 전통시장은 평일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양쪽 모두 평일과 주말을 합친 전체 결제액이 상승한 것은 '윈윈'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대립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채널이 대결하는 양상이므로 유통업 규제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KB국민카드의 5~10월 청주시 유통업계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청주 육거리시장은 평일 결제액이 11.6% 증가한 데 반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10.7% 감소했다. 반대로 휴일에는 대형마트가 16.9% 상승하고, 육거리시장은 4.4% 늘었다. 대형마트 방문은 주말에, 전통시장 방문은 평일에 몰리면서 요일별로 분산 효과가 생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은 주말에 장을 많이 보는데,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여러 불편한 점이 있고 후생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주말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주중으로 옮기는 게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마트의 평일과 휴일을 모두 더한 매출이 1.1%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은 아직 마트 휴무 평일 변경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주말에 가족이 함께 방문해 쇼핑을 넘어 식사도 하고,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등 수요가 많다"며 "영업일 규제 변경이 시민 다수에게 인식되면 주말 매출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일요일 휴업 규제 초기에는 대형마트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10년 이상 지속되는 사이 온라인 쇼핑몰 등 소비 시장이 급격히 변화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대형마트가 얻는 효과는 이전과 비교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점제로 인한 효과는 물론 완화에 따른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무휴점제 자체가 점차 존립 근거를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청주시 등 의무휴업일을 변경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존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데이터가 잇따라 나오면서다. 앞서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으로 인한 주요 업종별 매출액 증감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대구시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었다.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전통시장 또한 둘째·넷째주 일·월요일 매출액이 34.7% 늘어 전체 기간 증가율보다 2.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내년 서울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 등 다른 지자체들도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가 더 이상 유통업계의 절대강자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제도 수정·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통업계 업태별 매출 구성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월 19.9%에서 지난달 10.9%로 떨어졌다. 반면 온라인 판매 점유율은 같은 기간 31.4%에서 51.9%로 상승했다.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원을 최초로 돌파한 가운데, 대형마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5년 새 점포 수가 약 30개 감소했다. 스스로 폐점을 선택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가운데 이커머스는 365일 24시간 영업하고, 대형마트는 영업시간과 출점 제한 속에서 더욱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보기보다는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손을 잡아야 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시장은 매력을 살리고, 대형마트는 상생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면 전체 오프라인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으면 사람이 뜸해 주변 식당 등 상권에서도 제대로 장사가 안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상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전통시장을 핫플레이스로 찾는 젊은 층이 늘면서 시장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옛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맛집과 디저트를 찾아 시장을 방문하는 2030세대가 증가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와는 다른 친근한 분위기를 즐기고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선 서울 영등포시장, 통인시장 등에 위치한 맛집을 공유하는 게시 글과 영상이 인기를 끈다.
대기업이 실제 전통시장과 상생한 사례도 속속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위치한 60년 된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스타벅스를 찾는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둘러보면서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됐다. 지난달부터 경동시장 신관(청년몰) 옥상에서 진행되는 '루프톱 푸드트럭 야시장-경동1960'도 이목을 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시장과 상생 모델을 만들고 경쟁이 아닌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정부가 지역상품권이나 지역화폐 등 여러 방법으로 전통시장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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