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플랫폼 반칙 미리 단속한다 … 유통은 "환영" IT는 "가혹"
플랫폼 과잉규제 우려보다
소상공인 피해 대처 우선
공정위에 힘 더 실어줘
카카오T 콜 몰아주기 등 폐해
중기부, 공정위에 檢고발 요청
유통사 "수수료 횡포서 해방"
IT업계 "지배적 지위땐 낙인"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규제 완화보다 독과점 폐해 축소로 방향을 잡았다. 그동안 플랫폼 관련법 제정을 놓고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부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중복·과잉 규제를 이유로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독과점 행위에 따른 시장 피해 회복이 우선이라는 정부 방침을 최종 정리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시장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경쟁당국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19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도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플랫폼 내에서 소상공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여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며 "독점력의 남용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과도 긴밀히 협의해 플랫폼 산업의 경쟁과 혁신은 촉진하되 독점력 남용행위는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는 이미 시장에 만연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최근까지 가맹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우선 배차하는 방법으로 콜을 몰아주거나,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은밀히 시행한 혐의로 지난 2월 과징금 257억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있는 구글은 2016~2018년 모바일 게임사들에 원스토어를 비롯한 경쟁 앱마켓 게임 출시를 막는 식으로 시장경쟁을 저해한 혐의로 지난 8월 42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다만 공정위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행위 등을 적시에 징계하고 시장경쟁을 회복하기에 현행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쟁에서 이긴 1위 업체가 영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독점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고사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흐름이 대다수 플랫폼 시장에서 비슷하게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만으로는 플랫폼 시장을 충분히 규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통해 지배적 사업자와 주요 금지행위를 미리 정하는 사전 지정 방식으로 제재 절차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자 한 배경이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높은 유통업체들은 플랫폼법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거대 플랫폼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플랫폼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이거나 횡포를 부리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위험이 있다"며 "플랫폼 간 경쟁이 활발해질수록 대형 및 중소형 입점 업체 모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플랫폼 협력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도 플랫폼법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보기술(IT) 업계는 대형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는 사업자라는 꼬리표를 단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사업을 확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면서 "만약 부당행위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공정거래법보다 더 강화된 과징금을 부여하는 등 사후 규제 틀에서 논할 방법이 있는데, 사전 규제로 처음부터 칼을 들이댄다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등 중소형 IT 기업도 걱정하는 눈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제2의 네이버, 카카오는 탄생할 수 없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 가려는 조짐"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의 독점력 이슈를 유독 플랫폼 시장을 두고만 논하는 것도 산업권 전체를 통틀어 형평성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일부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새로운 법 위반행위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집행하고 있는 위반행위를 좁혀서 대표적인 부분에 대한 집행 방법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하겠다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벌 수위 같은 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조항보다 강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 부위원장은 "전 세계 주요국의 플랫폼과 관련된 규율 방안을 보면 방식이나 구조에 큰 차이는 없다"며 "유럽연합(EU)과 독일, 갑을 문제에 한정되지만 일본도 만들어진 만큼 통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국내외 기업을 차별해서 만드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줘 비가맹택시에 피해를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중기부는 이날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위에 요청하기로 했다. 중기부 요청을 받으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이진한 기자 / 우제윤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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