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25년 이상 못본 동료 얼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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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친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크루페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심리&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침팬지 등 유인원도 수십년 동안 보지 못한 동료를 인식한다는 연구결과를 1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크루페네 교수는 "침팬지, 보노보와 같은 유인원은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동료를 인식한다"며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졌던 동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패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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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친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 수십 년만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 역시 25년 이상 보지 못했던 동료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토퍼 크루페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심리&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침팬지 등 유인원도 수십년 동안 보지 못한 동료를 인식한다는 연구결과를 1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 벨기에 플랑켄다엘 동물원,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에서 침팬지, 보노보를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동물원에서 죽었거나 다른 동물원으로 떠난 동료를 짧게는 9개월, 길게는 26년간 보지 못한 유인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동료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해당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연구팀은 유인원들에게 주스를 제공해 실험에 참여하도록 유도했고, 음료를 마시는 동안 사진들을 보여줬다. 또 눈 추적 장치를 이용해 그들이 어떤 사진을 오래 쳐다보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사진을 오래 쳐다본다는 것은 친숙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란 가정 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된 옛 동료를 오래 쳐다보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오랫동안 동료를 보지 못했던 유인원은 자신의 언니 및 조카와 26년 이상 떨어져 지낸 보노보로, 이 유인원은 놀라울 정도로 언니와 조카 사진을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인원의 평균 수명은 40~60년인데, 그들의 사회적 기억은 26년 이상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간은 최대 48년까지 동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수명을 감안했을 때 인간과 유인원은 비슷한 기억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인간과 유인원이 수백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유인원도 인간처럼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침팬지나 보노보도 이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크루페네 교수는 “침팬지, 보노보와 같은 유인원은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동료를 인식한다”며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졌던 동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패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동료나 가족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인간에게만 특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했던 인지 메커니즘을 다른 동물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밀렵, 삼림 벌채 등으로 유인원이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될 때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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