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모든 길, 처음엔 길 아니었다”···비대위원장 수용 시사

이진석 기자 2023. 12.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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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불가론에 조목조목 반박
"진짜 위기는 몸 사릴 때 온다" 지적
'尹아바타' 비판엔 "누구도 맹종 안해"
쌍특검 입장엔 "법앞에 예외 없다"밝혀
여당 인선 과정에 맞춰 거취 결정할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위기에 빠진 여당의 ‘새 사령탑’ 후보로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치 경험이 없다’는 당 안팎 일부의 지적에 대해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비생대책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총선 역할론’에 호응해 사실상 구원투수로서의 등판을 각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성탄절 전후로 새 지도부를 맡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윤곽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에 맞춰 한 장관의 정계 입문 길을 터주기 위한 법무부 장관 교체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당 안팎 일부의 우려에 대해 조목조목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여당의 요구가 있다면 개인적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장관이 당의 지휘봉을 잡으면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지 못한 채 ‘윤 대통령의 아바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며 “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복종하니까 남들도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는 공직자로서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일 뿐 측근이나 이익을 공유하는 일종의 ‘사단’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다만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당으로부터 아직)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서 특정 정당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당으로부터) 연락이 오지도 않는다. 그런 상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한 장관의 거취 결정은 여당 지도부의 인선 과정을 보면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지도부는 20일 상임고문단회의를 개최해 비대위원장 인선 등에 대해 당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후보 지명권을 갖고 있는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전당대회에 준하는 수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 대행은 “당의 직능조직들의 의견도 청취할 생각이고 향후 결과가 발표됐을 때 ‘왜 우리 의견은 듣지 않느냐’는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최종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번 주말 전까지 비대위원장 후보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다음 주 중 전국위원회 추인을 거쳐 윤 대표 대행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임명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은 내년 1월 10일까지 출범해야 하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맡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할 경우 야권이 이른바 쌍특검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별법’과 관련해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장관은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 조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할 수 없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규정해 향후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한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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