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 집행정지에 전국 교육감 과반수 반대 성명

유효송 기자 2023. 12. 19. 1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교육감 일동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육감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로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입장문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정선 광주교육감, 천창수 울산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이름을 올렸다/사진=뉴스1
전국 처음으로 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10여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조례 폐지가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9개 시·도교육청 교육감은 19일 공동으로 조례 폐지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10년만에 존폐 기로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입법 절차가 잠시 정지됐다. 폐지안은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조례 청구를 받아들여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월 발의했는데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당초 이날 폐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한 뒤 2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공동위)'가 요청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폐지안)'의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전날 인용하면서 상정이 무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서 조례 폐지안 무효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폐지안에 관한 입법 절차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충남에서도 폐지안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충남도의회가 결국 폐지안을 다시 발의해 지난 1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킨 바 있다. 실제로 법원의 집행정지는 지난 3월 주민발의로 청구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한정돼 만약 서울시의원이 새로운 폐지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폐지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김 의장은 "향후 집행정지에 대한 불복 절차 및 본안소송 절차에서 주민발안에 따라 진행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수리처분의 처분성 유무와 의회의 권한 범위 등을 다퉈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지역 외에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서도 폐지와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서울과 충남 외에 경기와 인천, 전북까지 총 7개 시·도에 마련돼 있다. 충남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 요구 절차에 착수했다. 광주와 전북, 경기 등에서도 조례 폐지와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세종 등 9개 시·도교육청 반대 성명
조 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전국 시·도교육감 9명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 교육감 17명 중 서울을 비롯 인천·광주·울산·세종·전북·충남·경상·제주과반수가 동참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3일부터 서울 각 지역을 돌며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들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며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체벌이 사라졌고 복장과 두발 등 학생생활규칙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게 했으며 어떤 이유로도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하면서 학생 인권을 신장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라며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폐지가 강행되면 재의 요구 등 불복 절차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제가 교육감일 때 (조례가) 폐지된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며 "1차적으로 (시의회에) 재의 요청을 하고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감이 시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더라도 시의회는 이를 재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미다.

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학생인권조례의 대체 격인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에서 원안에 담겨 있던 '학생인권조례는 폐지한다'는 부칙을 삭제한 뒤 통과시켰다. 조 교육감은 "교육활동에 필요한 권한과 생활지도 방법, 학습권 등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와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병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조례를 '산소'에 비유하며 조례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후세대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산소나 공기처럼 여겼다"며 "(조례 폐지로)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간다면 산소가 없어지는 것과 같아 많은 학생들도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원이 숙고의 시간을 갖도록 (폐지안) 집행정지를 수리한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서울시의회도 균형적 판단 할 것으로 생각하고 숙의의 과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