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국민당 박빙···친중 野집권땐 韓 안보·반도체도 영향

정혜진 기자 2023. 12.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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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D-25]'미중 대리전'으로 격화
라이칭더-허우유이 지지율 접전
일부 여론조사선 동률 나오기도
3위후보 선택이 최대변수 떠올라
민진당 재집권땐 美와 밀착 유지
정권교체땐 동북아 안보지형 요동
[서울경제]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친미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과 친중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미중 대리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을 이루고 있어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초접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총통 자리를 거머쥐느냐에 따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외교 안보 지형이 결정된다. 특히 정권이 교체될 경우 대만해협의 현상이 격변하며 미중과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한국의 안보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선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선거 유세를 본격화한 후보들은 ‘캐스팅보트’를 쥔 청년 유권자들을 잡기 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라이칭더 vs 허우유이 지지율 접전=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14~18일 실시한 여론조사(유권자 1201명 대상) 결과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35.0%로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31.7%)를 오차 범위(±2.8%포인트) 밖에서 소폭 앞섰다.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18.2%로 고전하고 있다. 라이 후보는 초반 조사부터 선두를 계속 유지해왔지만 야당 후보들과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허 후보의 지지율은 10월 조사만 해도 19%대였지만 지난달 20% 돌파 후 이달 30%대까지 급등했다. 이날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매체가 13~17일 실시한 조사에서 두 후보는 31%로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이에 커 후보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라이 후보와 허 후보는 내부적으로 기본 지지율을 90%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커 후보가 선거 직전 사표 방지를 위해 사퇴를 결정하면 그가 쥔 20%(약 300만 표)의 표심이 나머지 두 후보로 분산된다. 그가 선거 유세에서 집권당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점, 앞서 국민당과 단일화를 추진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허 후보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정권 교체 시 동북아 안보 지형 뒤집혀=차기 총통에 따라 양안 관계를 포함한 대만의 각종 대외 정책이 정반대 노선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서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대만이 미국과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 후보는 “국가 안보와 평화의 대가가 (대만의) 주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 등의 지지를 구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허 후보는 중국과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윈윈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과 단교한 현 정부가 “완전히 실패했다”며 당선 시 중국과 소통을 재개하고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 체결을 비롯해 관광·취업 시장 전면 개방 방침을 발표했다. 이 경우 대만과 중국의 결속이 강화되며 미국의 역내 주도권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균형이 깨지면 한국 역시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정권 교체 시 중국은 대만의 협조 아래 해양 진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만해협을 두고 중국과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양안의 인접국인 한국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과 해상경계선을 획정 짓지 못한 한국의 서해상 안보 위협이 고조될 수 있다. 차기 대만 정부의 산업 정책 기조 역시 한국 반도체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년 표심’ 잡기 위한 공약 잇따라=후보들은 캐스팅보트를 쥔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국내 정책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CNA는 “대만 밖에서는 양안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 국민들의 불만은 저임금과 높은 집값, 생계비 상승 등 국내 문제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라이 후보는 임금 인상 추진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대만 최저임금을 내년 2만 7470대만달러(현재 2만 6400대만달러)로 올린 후 지속 인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 후보는 청년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소득 기준에 부합하는 청년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1500만 대만달러(약 6억 원)를 대출해주고 계약금의 일부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민진당은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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