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도 뜸들이기…금리인상 언제? '임금 인상'에 달렸다

박가영 기자 2023. 12.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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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지속…우에다 총재 "임금-물가 선순환 더 지켜봐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로이터=뉴스1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7년 넘게 이어온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앞서가는 시장에 비해 무거운 행보다.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의 금리 상한선은 1% 수준까지 용인하는 현행 정책도 그대로 이어간다. 일본은행은 저금리와 함께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통제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펴왔다.

일본은행은 경기에 대해서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기업 수익과 체감경기는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설비투자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용 및 소득 환경 역시 '완만하게 개선됐다'고 진단했으며 물가 상승의 영향은 있지만 개인소비도 완만한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연 2%를 넘어섰지만 원자재 상승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전환을 보류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NHK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 10월까지 19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며 목표 실현을 위해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끈질기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여부는 '임금 인상'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폭의 임금 상승이 이뤄질 경우 내수 소비 진작과 안정적인 물가 상승세가 이어져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종료 수순을 밟게 될 확률이 커진다. 내년 춘계 노사협상(춘투)을 앞두고 여러 기업이 임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내년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즈노증권의 우에노 야스야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를 통해 "금융정책 정상화의 큰 발걸음인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라며 "다만 (2007년 이후) 약 17년 만의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내년 춘투에서 충분한 임금 인상률이 확보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정책 수정을 위해선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금과 물가 선순환이 강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사협상을 포함한 임금 동향, 그 전제가 되는 노동수급과 기업 수익 동향 등을 지켜보겠다. 데이터뿐 아니라 청문회 정보를 포함해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시장은 일본은행이 내년 4월 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의 80%가 일본은행이 내년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중 절반은 4월을 가장 유력한 시기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트레이더들이 내년 4월까지 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90%로, 1월 회의에서 인상될 확률을 4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연준은 최근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고, 내년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에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일본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는 수출 주력 기업에 타격을 줘 임금 인상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총재는 "만약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환율 변화 등 일본 경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경제나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려하며 우리의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연준이 3개월 후, 6개월 후 움직일 것 같으니 그 전에 서둘러 우리의 정책을 바꿔야겠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에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조기 해제 전망을 불러일으킨 참의원(상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7일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의 의도를 묻는 질문에 "국회에서 향후 대응과 관련해 물어와 2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동일한 위원과 논의해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며 조기 통화정책 수정을 의도한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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