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용서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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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필자는 요즘 뒤늦게 무협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무협소설의 매력은 권선징악이라는 명쾌한 스토리 라인에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해당 직원의 실책이 중요한 규정 위반에서 비롯되었거나 은행원의 품위 손상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징계와 징벌보다 '용서'와 '기회'를 주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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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필자는 요즘 뒤늦게 무협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퇴근하는 차 안이나 잠들기 전에 한두 장씩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곤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무협소설의 매력은 권선징악이라는 명쾌한 스토리 라인에 있다. 선이 악을 징벌한다는 이 단순명료한 내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주제이기에 전 세계의 민담이나 고전은 물론 오늘날의 드라마나 영화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다뤄진다. 착한 주인공이 악당을 벌하고 승리한다는 뻔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권선징악에 대한 대리만족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악인이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이치는 당연한 순리이지만 현실에서 이를 즉각적으로 이행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은 법과 제도적인 기준으로 무엇이 악(惡)인지를 신속하게 가려내야 함은 물론, 그 악이 선의의 행동이 만든 실수인지 악의로 시작된 의도적인 결과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징벌을 집행하는 사람도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법무나 감사, 행정 등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잘잘못을 판단하여 징벌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 징벌을 주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 중의 한 명이나, 은행장으로서 직원들에 대해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해당 직원의 실책이 중요한 규정 위반에서 비롯되었거나 은행원의 품위 손상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징계와 징벌보다 '용서'와 '기회'를 주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열심히 영업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과가 저조할 수도 있고, 가능성 있어 보였던 신사업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고 고의가 아니었다면 선의의 행동이 만든 실수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은행업에 40년 이상을 근무하며 같은 은행의 동료와 선후배, 심지어 타행의 직원들까지 훌륭한 은행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실수로부터 배워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실수와 실패에 대한 무관용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단 한 번의 실패로 끝나버리는 제도와 시스템이라면 누구도 창업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지 않는 발전 없는 사회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의 매력은 너무나 강력하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징악(懲惡)'이 아닌 따뜻한 용서와 기회가 있는 '권선(勸善)'일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며 독자 여러분께도 용서와 기회, 그리고 따뜻한 격려가 충만하길 바라며 여러분의 주변에도 사랑과 희망이 널리 퍼지길 기원해 본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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