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은 하림, 해운강국 부활 책임 막중하다 [사설]

하림그룹이 결국 HMM(옛 현대상선)을 품게 됐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자산 규모 25조원인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를 인수하는 하림이 HMM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한국 해운업 부활을 선도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하림과 동원그룹의 인수 경쟁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하림 손을 들어준 이유는 하림컨소시엄 제시 가격이 약 6조4000억원으로, 동원보다 약 2000억원 정도 높았기 때문이다. 매각 측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파는 게 당연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일었다. 하림의 해운업 계열사로, 실질적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그보다 덩치가 몇 배 더 큰 HMM을 흡수하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매각 측의 영구채 전환 유예, 인수자의 지분 장기보유 조건 완화 등 하림의 추가 요구는 인수 자격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하림이 HMM을 장기적 관점에서 키우려 하기보다 단기 자본이익을 노리고 인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다. 하림이 추가 요구를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앞으로 진정성을 입증하고 의혹을 일소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 해운업은 2010년대 불황 때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해운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결과로, 세계 7위 선사를 잃고 해운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등 역풍이 컸다. 2010년까지 세계 5위권이었던 한국 해운업은 구조조정 여파로 현재 7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는 구조상 해운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수출과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전체 수출의 99%가 바다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HMM에 7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림은 대어를 낚았다고 환호할 게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지켜낸 해운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