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정치 노욕(老慾)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2.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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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갓 독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중령이 "대선 출마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자 푸틴은 "당신 말이 맞는다"며 요청을 수락했다.

2018년 대선 때도 자동차 공장에서 한 근로자의 출마 권유에 푸틴은 웃으며 "좋아요"라고 했다.

올해 71세인 푸틴은 6년 임기 대통령을 두 번 더 하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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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군인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갓 독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중령이 "대선 출마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자 푸틴은 "당신 말이 맞는다"며 요청을 수락했다. 2018년 대선 때도 자동차 공장에서 한 근로자의 출마 권유에 푸틴은 웃으며 "좋아요"라고 했다. 당연히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올해 71세인 푸틴은 6년 임기 대통령을 두 번 더 하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84세다. 얼마 전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도 각료로서 푸틴 밑에서 장수 중이다. 그들 나이는 각각 73세와 66세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은 '백발의 전쟁'이다. 출마를 앞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81세와 77세다. 1940년생으로 바이든보다 두 살 많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은 무려 20선을 노리고 내년 하원 선거에 도전한다. 기자회견 도중 30초간 멍 때린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바이든과 동갑이다.

나이 많은 정치인 앞에는 '노회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능구렁이처럼 자기 잇속을 챙긴다는 부정적 뉘앙스의 단어다. 물론 고령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 52년간 최장 재위를 한 영조는 탕평책, 균역법, 신분제 개혁 등을 이뤄냈다. 지난해 96세로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생전 영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요즘 국내에선 다선 출신 '올드 보이'들이 총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인제 전 의원,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이다. 4선 박 전 원장과 6선 이 전 의원은 각각 1942년, 1948년생이다. 대다수 국민은 "얼마나 더 해먹으려고?" 하며 불쾌한 기색이다. 이들이 높은 인지도와 인맥을 활용하면 정치 신인들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노장들이 노욕(老慾) 대신 신예들의 정치 입문을 돕는 용단을 내린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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