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추가 긴축도 고려" 한편엔 "지금 정도면 충분" 견해도

김혜지 기자 2023. 12.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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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금통위 의사록…6명 중 2명 '조건부 인상' 고려 주장
3명은 긴축 기조 유지 지지…1명은 "금리 충분히 긴축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부로 추가 긴축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와 현재 금리 수준이면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견해가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 당시 모두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2023년도 제23차 금통위 의사록(11월30일 개최)을 보면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앞으로 물가 안정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는 조건부에 한해 향후 '추가 긴축' 또는 '추가 정책 대응'을 고려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A 위원은 "향후 물가 목표로의 수렴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추가적인 정책 대응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향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계대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글로벌 경제상황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B 위원 역시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근거로 추가 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둘 것을 주장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대로 빠르게 안착되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리스크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외환시장과 경기 흐름 등을 종합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되, 물가 경로가 현 예상 경로를 상회하고 목표 수준 안착이 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가 긴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1명의 금통위원은 '현 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까운 의견을 내놨다.

C 위원은 먼저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재개할 걸로 보이나 국내외 경기 흐름이나 유가 하락 등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둔화 속도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보다 뚜렷한 견해차가 확인되는 부분은 민간부채 부분이다.

C 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매매 실거래가가 하락 반전하면서 주택 가격에 대한 상방 압력보다 하방 압력이 강해지는 모습"이라며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부채에 관해서는 "정책금융 체계를 점검하고 취약한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통화 긴축 정도의 추가보다는 긴축 유지 또는 완화 쪽으로 기운 발언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C 위원은 "현 금리 수준은 충분히 긴축적"이라면서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전망경로 대비 성장과 물가의 향후 추이, 그리고 금융시장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나머지 3명의 위원은 물가와 부채를 근거로 긴축 기조의 유지를 주장했다. 현 수준 고금리의 장기화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 스탠스로도 읽힌다.

D 위원은 "국내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계나 기업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은행의 수익 구조를 바꾸는 혁신이라는 근본 변화가 없는 한 대출 증가세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긴 어렵다"면서 "물가는 3개월 연속 높아지고 있고 근원물가도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물가경로는 지난 회의 때 예측했던 것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앞으로 국내외 경기동향, 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안정 상황,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살펴보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 위원은 긴축 장기화를 지지하는 국내외 경제 여건들을 나열한 뒤 상황을 지켜볼 것을 제안했다.

E 위원은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은 현저히 개선돼 갈 것이나 소비의 회복 흐름이 완만한 가운데 물가는 예상보다 경직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민간부채 누적에 의한 금융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앞으로 대내외 상황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 위원은 우리나라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긴축 기조 지속을 주장했다.

우선 F 위원은 "최근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경기가 다소 둔화됐으나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어 금융여건이 완화되면 잠재된 대출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대인플레이션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디레버리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정책 방향은 고금리 정책의 성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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