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상무 입대 멤버···1군 주름잡은 세 투수의 군대 가는 길
이정용(27·LG)은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다. 합격했고 지난해 12월 입대할 예정으로 시즌을 마쳤던 이정용은 LG에 남았다. 우승을 놓쳤고 사령탑이 바뀐 LG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의 청에 이정용은 1년만 더 던지기로 하고 입대를 미뤘다.
중간계투로 시작해 선발로 이동하고 마치 새로 태어난 듯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이정용은 29년 만에 차지한 LG 우승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미뤘던 입대를 했다. 할 일을 제대로 다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입대하는 이정용의 곁에서 주장 오지환을 비롯한 투수들이 구단 버스를 타고 배웅을 해줬다.
지난 18일, 2024년 상무 입대 지원해 합격한 야구선수들이 논산 훈련소로 입소했다. 이번 새로 상무에 가세하는 멤버는 꽤 화려하다. KBO리그에서 1군 주축 선발로 뛴 투수들이 이정용을 비롯해 3명이나 있다.
KT 배제성(27)도 이날 입소했다. 고영표가 직접 운전한 차에 ‘절친’ 엄상백(이상 KT)이 함께 타고 훈련소 앞까지 같이 가 배웅해 주었다. 엄상백 역시 4년 전 겨울 상무에 입대해 2021년 KT로 돌아왔다.
배제성은 KT 창단 이래 처음으로 10승을 거둔 국내 투수다. KT가 최하위권을 벗어나기 시작한 2019년 선발을 맡아 처음 10승을 거두면서 KT가 상위권 강팀으로 안착하는 데 몇 년 간 큰 힘을 낸 주역이다. 2020년에도 2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KT의 최대 강점이 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필요할 때는 중간계투로 이동하면서 KT 마운드가 강력해지는 데 여러 모습으로 힘을 보탰다.
올해 시즌 뒤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배제성은 “이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 같아 꼭 우승을 하고 군대 가고 싶다”고 했다. KT는 우승은 놓쳤지만 최하위에서 2위까지 올라서는 기적 같은 시즌을 보냈다. 소형준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던 위기에서 선발로 꾸준히 활약해 팀을 2위로 끈 배제성은 “후회없이 하고 간다. 우승 못해서 아쉽긴하지만 우승한 것 만큼의 좋은 추억 쌓고 간다. 정말 재미있게 했다”며 2년 뒤 복귀를 기약하고 입대했다.
NC 구창모(26)도 입대했다. 부상을 털고 복귀해 제대로 시즌을 치르고 국가대표로서 좌완 에이스 후계자 1순위라는 그동안의 기대에 제대로 답하고 싶은 시즌이었지만 구창모는 다시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강한 의지로 시즌 막바지였던 9월말 복귀해 2경기를 던지기도 했지만 피로골절로 진단받았던 척골 부위가 다시 골절돼 시즌을 접었다.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했고 목표했던 것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입대했다.
아쉬움 가득하지만 구창모는 의지를 다지며 입소했다. 부상 부위를 고정했던 핀은 지난 10월 제거했다. 골절 부위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재활을 해야 하지만, 빨리 회복해서 투수로서 진면모를 다시 보여줄 수 있도록 복무 기간 제대로 던져 명예 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구단에 밝히고 2년 뒤를 기약하며 입대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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