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 민주 `돈봉투 의원들`… 책임론 놓고 계파갈등 격화
檢, 현역의원 수사 줄소환 예고
한동훈 정치적 동력 강해질 듯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19일 구속됐다. 송 전 대표측에게 돈봉투를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여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설'이 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동력이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벌써부터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간 내홍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8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송 전 대표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송 전 대표가 구속된 만큼, 돈봉투를 수수한 민주당 현역 의원을 규명하는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에 송 전 대표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확보한 물증과 교차 검증을 거쳐 공여 과정을 면밀히 재구성 한 뒤, 수수 의원 수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수수 혐의가 있다고 밝힌 이성만 무소속 의원, 임종성·허종식 의원 외 실명 정도만 공개된 17명의 의원의 혐의가 어디까지 입증될 지 주목된다.
송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 장관은 정치적으로 힘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86 운동권 심판론 등 한 장관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한 장관은 바로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에 앞서 "(송 전 대표의 구속에 대해) 민주당이 공개한 입장을 보고 의아했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의 수사를 두고 기획수사·부당한 수사 등의 입장을 냈던 민주당이 영장이 발부되자,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책임론'에 휩싸이며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이 제기됐던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퇴도 거듭 촉구했다. 이심송심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친명계가 송 전 대표를, 지난 대선 경선때는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하면서 벌어진 논란이다. 이 논란은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송 전 대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선거에 출마하면서 거듭 불거졌다.
NY(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참여한 자발적 시민모임 '민주주의 실천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은 반성할 몫이 적지 않다. 이미 탈당한 송영길의 범죄혐의에 대해 민주당 당원, 지지자, 원외인사, 그리고 스피커들은 침묵하거나 몰염치한 정치공세에 편승해왔다"며 "돈 봉투 경선의 가장 수혜자가 이 대표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날을 세웠다.
당내 개혁을 주장하는 모임 '원칙과 상식'(이원욱·조응천·김종민·윤영찬)은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 구속을 계기로 도덕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데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에서는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면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 길은 통합비대위"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한 라디오에 나와 "당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이게 꼭 구속까지 갈 사안인가"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역시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지도부는 수습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자칫 내년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일단은 선을 그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송 전 대표 구속 관련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또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할 사안이라고 했다.
'당시 송 전 대표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20여 명에 대해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의혹만 가지고 개별 의원을 조사할 순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의혹이 정확히 확인된다면 지도부가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김세희·임재섭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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