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지식인’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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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1991년 첫 발간한 책인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비롯한 미술 관련 서적과, 남북과 일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디아스포라 기행' 등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널리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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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소수자 정체성 탐구
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향년 72세.
고인의 책을 다수 번역해 한국에서 발간한 출판사 ‘연립서가’는 19일 “서경식 선생님이 어제저녁 나가노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유족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난 고인은 와세다대 불문과 재학 중이던 1971년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형 서승과 서준식이 군사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인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는 일을 겪었다. 이들은 잔혹한 고문을 받으며 1980년대 말까지 긴 세월을 옥중에서 보냈다. 형을 위한 구명 운동을 하며 에세이도 썼던 고인의 체험은 고국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인의 역사적 책임 등을 묻는 저술과 사회 활동으로 이어진다.
1991년 첫 발간한 책인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비롯한 미술 관련 서적과, 남북과 일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디아스포라 기행’ 등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널리 읽혔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인은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에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고 도서관장도 역임했다. 일본의 보수 우익세력뿐 아니라 ‘리버럴’이라 불리는 진보 지식인에 대해서도 일본의 우경화에 책임이 있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2021년 대학에서 퇴임한 뒤에는 한국에서 ‘서경식 다시 읽기’, 일본에서 ‘서경식 회상과 대화’가 각각 발간됐다. 1995년 일본에서 ‘소년의 눈물’로 에세이스트 클럽상,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후광 김대중 학술상’도 수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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