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절제'해 보세요 … 작년보다 행복해집니다"
미국 젊은 철학자이자 현인
저서 5권 세계 500만부 팔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금욕주의로 과잉의 삶 경계
"참을성을 도둑맞아버린 시대
삶의 주인 되려면 자제해야"
한 해가 전환되는 세밑과 세초(歲初), 우리는 태양 앞에 두 손을 모으거나 예배당에 앉아 눈을 감는다. 기도는 간절하고, 이는 더 풍부하고 더 윤택한 삶으로의 욕망과 연결된다. 그런데 2월, 3월이 지나가면 숭고했던 갈망이 과잉으로 변질된다. 더 많은 소유를 위한 충동 때문에 생의 주도권이 빼앗기는 느낌이다. 행복을 염원했던 기도가 불행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미국 젊은 철학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평온의 기쁨은 절제에서 온다"고 말한다. 고대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글쓰기로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1987년생)에 출간 도서 5권 전권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뜨거운 신예다. 신간 '절제 수업'을 출간한 그를 19일 서면으로 만났다.
"절제란 쾌락의 쳇바퀴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에요. 참을성을 도둑맞은 시대라지만, 삶의 주인이 되려면 절제해야 합니다."
젊은 사상가의 논제는 고대 스토아철학(Stoicism·스토이시즘)에서 출발한다. '스토아'란 여러 기둥이 세워진 복도란 뜻의 주랑(柱廊)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에게도 이름만은 익숙한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제논이 수천 년 전 주랑 아래에서 절제의 삶을 이야기했다. 이성과 금욕이 저들 사상의 요체인데, 홀리데이는 고대의 원석 같은 그들의 고귀한 절제 사상을 빌려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뒤 '과잉'을 꾸짖어준다.
"에픽테토스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아이는 좁은 병에 손을 넣었다가 과자를 한 웅큼 쥔 손이 빠지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과자 몇 개만 떨어뜨리면 빠져나오는데도 말이다.' 군주와 종교의 속박에서 벗어났는데도,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가 저 은유에 있을 겁니다. 우리는 욕심에서 손을 빼지 않는 아이와 같죠."
그러나 현인들은 절제함으로써 현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쾌락의 기준에서 볼 때 자기 통제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다'(무소니우스 루푸스), '딱 맞는 거리까지만 가고, 거기서 더는 가지 않는 것'(C S 루이스)과 같은 말들은 그 증거다. 특히 스토이시즘에 따르면 인간은 죄인이 아니라 본래 '미덕의 씨앗'을 품은 존재다. 그 미덕에는 '자기 절제'란 뜻을 담은 소프로시네란 관념도 포함된다.
"절제는 벌이 아니라, 벌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이 절제하는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접시가 그대 앞에 왔을 때, 손을 뻗어 적당한 양만 잡으라'(책 87쪽)던 에픽테토스 말을 기억해야 해요."
현대의 '절제형 인간' 표상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이다.
흑인 최초의 노벨상 작가인 모리슨은 34세 때 출판사 편집자였고, 아직 첫 책을 내지 못한 작가였으며, 동시에 엄마였다. 그 무렵 이혼한 모리슨은 첫 소설('가장 푸른 눈')로 생계를 유지했다. 작은 아파트 책장에서 새벽녘에 쓴 글이 훗날 노벨상의 뿌리가 됐다.
"생계 유지라는 책무를 다하면서 동시에 더 깊은 층위의 작업을 모리슨은 병행했으니까요. 깨어나는 순간부터 해야 할 일과 소명을 동시에 행하기로 선택한 고귀한 삶입니다."
홀리데이가 말하는 절제는 쾌락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다. 쾌락의 결여가 아닌 '어떤 쾌락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육체는 어리석어요. 원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건 금세 악몽이 됩니다. 결국 어떤 쾌락을 선택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홀리데이의 책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500만부가 팔렸다. 대학생 때 쓴 글이 이미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니, 아직 마흔도 되지 않는 나이에 그는 고대 철학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과중한 책무를 담당했다.
"제가 이 책을 쓴 의도와 독자가 제 책을 읽는 데 쓰는 시간은 단지 여흥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려는 마음이 책을 쓰도록, 책을 읽도록 하지요."
고전만이 시간을 초월해 본성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준다고 그는 힘줘 말한다. 2023년 마지막 날을 앞두고,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오래된 책의 효용을 이야기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보여주는 건 우리가 현재 매일 직면하는 것과 똑같은 딜레마예요. 분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선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해답을 고전은 엿보게 해줍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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