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4만원에 러시아 공장 판다?…바이백 조건 달아서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이 이어진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공장(HMMR)의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2020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함께 판다.
매각 대상은 러시아 현지 자동차 조립업체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다. 매각금액은 단돈 1만 루블(약 14만5000원)로 알려졌다. 이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buy back)’ 조건을 내건 점이 고려됐다.
2년 내 전쟁이 끝나면 바이백 조항을 이용해 다시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실제로 약 14만원에 공장을 넘겨야 할 수 있다.
지난해 프랑스 완성차기업 르노는 6년 내 되살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러시아 정부에 2루블(약 29원)에 공장을 매각했다. 일본의 닛산도 같은 조건으로 러시아 국영기업에 1유로(약 1431원)에 매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백은 한시적으로 철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트 파이낸스는 저희가 재매입할 때까지 공장을 운영할 수 있어 어찌 보면 서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며 “1만 루블은 의미 있는 금액은 아니고 바이백 조건에 대한 상징적인 금액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6번째 해외 생산거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2010년 준공돼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공장의 생산 능력은 2021년 기준 23만4000대다. 러시아 기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와 해외시장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프라이드(현지명 뉴 리오) 등을 생산했다.
현대차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부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 러시아 타스통신은 공장 폐쇄로 풀타임 직원의 절반인 502명이 휴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이 멈추면서 전체 판매량도 줄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 차는 러시아에서 2만대 넘게 팔렸지만, 3월(1만1245대)부터 판매량이 급감해 3분기 총 1만1000대만 판매됐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AS 서비스 운영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의 최적 매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결과, 현시점에 매각을 결정했다”며 “현재 공장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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