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은 하림, 초대형 국적선사로…과제도 '산더미'
해운업 불황에 실적 저하…인수자금 재무부담 우려도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하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하림은 국내 1위 벌크선 사인 팬오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머스크나 MSC 등 글로벌 해운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한다. 하림의 경우 재계 순위가 기존 27위에서 10위권으로 뛸 전망이다.
다만 하림이 당장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HMM의 최근 실적도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림이 이번 인수로 안게 될 재무 부담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벌크선사, 한 지붕 아래
하림그룹은 지난 18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하림그룹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로 남은 협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장고 끝' HMM, 하림에 팔기로…산업은행, 남은 과제는(12월 19일)
하림그룹 측은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 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MM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전신이다. 지난 2010년대 불어닥친 해운업 장기침체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채권단 채무조정·출자전환 등을 거치며 산은이 최대주주가 됐다. 7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 셈이다.
하림의 인수가 성사하면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와 국내 1위 벌크선사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있는 구조로 재편된다. 글로벌 해운 업체인 머스크, MSC 등과도 견줄 수 있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하림 그룹은 그간 벌크선 사업을 해왔다는 점을 HMM 인수 시 시너지 요인으로 꼽아왔다. 지난 2015년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해 해운업 운영 경험을 쌓았다. 이런 점이 이번 인수전에서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수로 하림의 재계 순위가 기존 27위에서 10위권 대로 뛴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하림그룹의 자산은 17조원가량이다. 여기에 HMM 자산(약 25조 8000억원)을 더하면 몸집이 43조원으로 커진다. 12위인 KT(45조 8660억원)와 13위 CJ(40조 6970억원)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
해운 업황 악화 어쩌나…인수 후 재무부담 우려도
하지만 아직 하림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운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해운업체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800~110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초 5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로 급락한 수준이다.
실제 HMM의 수익성 지표도 올해 들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75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97.1% 하락했다. 덴마크 머스크와 이스라엘 짐라인, 대만 완하이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경우 이미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투자와 소비 활동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해운과 항공화물 운임 지표들은 부진한 흐름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앞으로 업계 경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세계 1, 2위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구성한 해운동맹 2M의 2025년 해체가 확정됐다는 점에서다. 2M과 오션 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 등 3개 동맹으로 이뤄졌던 균형이 깨지면 경쟁이 가열되고 운임은 하락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인수 자금 마련에 따른 재무 부담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인수 금액은 약 6조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일단 팬오션 유상증자와 계열사 현금성 자산 등으로 3조원 이상을 조달할 방침이다. JKL파트너스는 5000억원을 조달한다. 여기에 더해 신한은행 주도로 3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발급받았다.
인수자금이 충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차입성 자금이 적지 않은 만큼 막대한 이자 비용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림이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 비용이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거라는 전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 희망 가액 중 약 3조3000억원은 인수 금융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은 금리 8% 기준으로 약 264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하림 측은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와 벌크, 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과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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