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정재영 "롱테이크 장면 보며 소름돋아, 향후 10년간 이순신 영화 못 나올 것" [인터뷰M]

김경희 2023. 12. 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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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명나라 수군의 도독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을 만났다. 진린은 이순신 장군을 도와 주명연합함대를 함께 이끄는 명나라 수군 도독으로 전쟁의 끝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진정한 항복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순신 장군과 번번이 부딪치며 자신과 명나라의 실리와 이순신과의 의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작품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있는 정재영은 "감독님 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떨린다. 불안하면서도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자신이 명나라 사람을 연기해야 하고 중국어 대사를 해야 한다는 건 접어두고 이야기만 봤다는 정재영은 "누구나 알고 있는 스포일러인데 그 마지막을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느낌이 날지 궁금했다. 그런데 알면서도 먹먹해지는 게 있더라.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야기에 반해 참여했음을 알렸다.

그러며 "그러고 나서 보니까 중국어 대사를 해야 해서 막막했다.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헀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날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발전되는 속도가 일취월장하지 않아 상당히 힘들었고 촬영하면서고 계속 연기 신경 쓰랴 발음 신경 쓰랴 몇 배로 힘들었다. 작품 준비하면서 중국 사극을 엄청 봤는데 중국어이지만 명나라 시대의 고어여서 중국 배우들도 사극의 대사는 다 더빙이라더라."며 얼마나 중국어 대사 연습을 하느라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중국어는 영어와 어순이 비슷했기에 한국식으로 언어를 빌어 감정 표현을 하려니 어색한 데가 있더라는 그는 "왜군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힘들었겠지만 남의 떡이 좋아 보인다고 차라리 왜군을 할걸 그랬나 싶을 때도 있었다. 감정의 느낌이 좋았는데 발음이 안 좋았어며 다시 테이크를 가자고 할 때는 진짜 기운이 빠졌다. 현장에서 중국어 대사의 중압감이 커서 배우들끼리 대화도 안 했다. 한국말로 수다를 떨면 중국어의 모드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돼서 말도 줄이는 게 괴로웠다. 언어를 모르니 내 연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도 판단할 수 없어서 연기의 디테일이 좋았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게 힘들 들었다."며 긴 하소연을 한 뒤 "그래서 대사에 최대한 NG를 안 내려했다. 제가 NG를 내면 서로 간에 몰입감이 떨어지니까 절대 NG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며 진짜 예민하게 신경 쓰며 중국어 대사를 소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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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이 연기한 진린이라는 인물은 실제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역사적으로 좋았다 나빴다는 의견이 분분한 인물에 대해 "실제 인물이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연기의 디렉션을 어떻게 하라고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증을 바탕으로 인물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 진린은 이순신 보다 2살이나 나이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순신을 '노야'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이순신보다 직책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장군에게 그렇게 말한다는 건 군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인물이기에 이순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이성적으로 반대하는 거지 감정적으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며 어떤 관점으로 인물을 해석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진린은 이순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 왜 이렇게 하려고 하는지. 이순신의 '노량'에서의 결단은 무모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물어보는 역할, 이순신의 의중을 추적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진린이 했다."라며 이 캐릭터가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정리했다.

김윤석이 연기한 이순신과의 대립이 많았던 정재영이었다. 그는 "현대물의 경우 대사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도 느끼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에너지가 있어도 없는 척을 해야 했다. 서로 못 알아듣는 척을 해야 해서 즉각적인 리액션도 못하고 감정도 실제보다 한 단계 더 낮아야 했다. 서로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고 통역을 거쳐 대화를 하는 관계이기에 그런 감정의 표현이나 대화의 방식이 더 리얼하더라. 영화적인 효과를 위해 더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감정을 반 템포씩 늦춰야 하는 게 특이했다."라며 함께 호흡을 맞추며 특이했던 지점을 이야기했다.

이순신의 3부작을 만든 김한김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동안 알고 지낼 때는 설렁설렁 평범해 보였는데 작품을 하면서 보니 굉장히 집요하고 끈질기고 디테일하고 예민하더라. 원래는 이 씨인가? 이순신 장군과 같이 살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순신에 미쳐있는 것 같고 현장에서나 후반작업에서도 정말 대단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애정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더라"라며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놀랐던 부분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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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다 봤다는 정재영은 "그중에 '노량'은 제가 출연해서이기도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들더라. 뒤로 갈수록 기대보다 좋았다."라고 '노량'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며 영화의 킬링포인트인 백병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장면은 보면서 소름이 확 돋았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좋았다. 일반 병사들을 보여주며 3극의 난전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반전의 의미까지 담아낸 거 같았다. 그리고 난 뒤 이순신 장군에게로 앵글이 옮겨 가는데 거기서는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만 조명한 게 아니라 7년 전쟁의 전체를 한번 더 되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자신의 해석도 덧붙였다.

정재영은 "이순신 장군이 눈을 감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장면을 보는데 내가 너무 미안하더라. 그런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자세나 입장에 따라 장면별로 느낌이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은 그 장면이 너무 건조하다고도 하던데 저는 되게 세련되게 느껴졌다."며 영화의 감상평을 공개했다.

20년 전 이맘때 공개된 영화 '실미도'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정재영은 "마음이야 언제나 천만이다. 예산도 많이 든 영화고 정성과 노력이 스코어로 연결되면 얼마나 보람 있겠나. 감독님 입장에서도 3부작의 마지막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 하는 작품이다. 참여한 사람으로서 당분간 한 10년 동안은 이순신에 대한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라며 천만관객을 기원하며 "알면 알수록 이순신 장군은 대단한 분 같다"는 감탄을 전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내일 20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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