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이 기타 대신 마우스를 잡은 이유[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3. 12. 19. 16: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루시드폴. 안테나



“소리를 녹음해 컴퓨터로 옮기면 파형을 볼 수 있어요. 그걸 잘게 잘라서 재생성하는 과정을 반복해 한 곡을 만들어냈죠.”

설명만으로는 음악보다는 공학에 가깝게 들린다. 색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새로운 뮤지션의 등장인가 싶지만, 이는 ‘감성 장인’ 루시드폴의 새 앨범 이야기다.

지난 12일 발매된 앨범 ‘빙 위드(Being-with)’는 루시드폴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앰비언트 장르의 앨범이다. 앰비언트 음악이란, ‘잔잔한, 은은한’이라는 단어의 뜻대로 반복적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색적인 멜로디 구조를 부각하는 기악곡을 뜻한다. 주로 피아노나 신시사이저, 현악기 등을 사용해 만들어지지만, 루시드폴은 사람, 바닷속 생물, 풀벌레, 미생물 소리, 공사장 굉음 등 생활 주변의 소리를 재료로 삼아 만든 다섯 곡을 담았다.

루시드폴. 안테나



공사장의 시끄러운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선뜻 상상되지 않지만, 타이틀곡인 ‘마테르 돌로로사(Mater Dolorosa)’에는 개발이 끊이지 않는 제주 곳곳의 공사장 굉음이 차분한 멜로디가 되어 담겼다.

서울 중구의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만난 루시드폴은 “노래만 들으면 ‘이게 공사장 소리가 맞나’ 할 거다. 소리로 업싸이클링을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세상에서 듣기 싫은 소리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거꾸로인 작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했다.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면 나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주도는 어딜 가나 정말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제가 사는 집도 그렇게 지어졌을 거고, 그걸 탓하고 싶진 않지만, 청각적으로 괴로운 일이긴 하다. 낮에는 작업실에서도 녹음할 수가 없었다”며 “그런 소리를 음악으로 바꿔서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 소리를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루시드폴. 안테나



2001년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후 현재까지, ‘루시드폴’ 하면 많은 이가 속삭이듯 귀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기타 선율과 보컬이 담긴 어쿠스틱 음악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발매한 ‘너와 나’를 시작으로 그의 음악 세계는 달라졌다. 기타 대신 녹음기와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게 됐고, 그는 새로운 음악적 자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루시드폴은 “꽤 긴 시간 기타로 곡을 썼는데, 2018년쯤 농기계에 손을 심각하게 다치면서 기타를 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공연도 모두 취소했다. 그래서 기타를 치면서 곡을 만들던 사람이 컴퓨터로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루시드폴. 안테나



또 “그즈음 앰비언트 음악을 많이 듣게 됐고, 기타만 치며 작업했을 때는 없던 음악 자아가 생겼다. 그렇게 첫 앰비언트 앨범인 ‘댄싱 위드 워터’도 나오게 됐고, ‘이제 나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고 밝혔다.

수단은 바뀌었지만, 음악을 향한 그의 마음은 여전하다. 오히려 그는 “소리를 의미 있게 경험했을 때 음악이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한다는 게,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세상에 있는 소리가 ‘나’라는 한 필터를 통과해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한층 성숙해진 음악 세계를 예고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소리를 통해 감정적으로 연대하고 위로하는 노래들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