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또 패싱할까
세밑 다가오며 커지는 '신년 기자회견' 여론
'김건희 리스크' 부상에 "과연 기자회견 할까"
윤 대통령의 자신감 능력 유무 확인할 시험대
"'언론 국민 피하는 대통령' 프레임 깨야" 지적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尹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없을 듯…대국민 업무보고로 대체.'
지난해 12월 20일 자 연합뉴스 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실이 내부 검토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추진을 잠정 보류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었다. 대신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로 정국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아픈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로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패싱'했다.
내년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까. 세밑이 가까워지며 정파를 막론하고 신년 기자회견을 기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지난 7일 자 칼럼 <윤 대통령의 변화, 신년기자회견을 보면 안다>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겸허한 모습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내년 초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라며 “올 초처럼 대통령이 편한 언론 하나만 택해 독점 인터뷰를 갖는 건 더 많은 독자에 대한 배신이 될 수 있다. 묻고 따지는 기자들이 싫고 지겨워도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고언이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도 19일 자 칼럼 <대통령의 신년회견>에서 “새해 신년 회견은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국정 구상과 각오를 설명할 마지막 기회”라며 “마침 내각, 대통령실이 바뀌었고 여당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 새 진용으로 어떻게 구상을 펼쳐갈지 밝힐 좋은 자리”라고 밝혔다.
황 편집인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처럼 대통령으로선 껄끄러운 질문도 나올 것”이라며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변하고 설득할 책임이 대통령에 있다. 기자들은 국민들의 질문을 대신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은 19일 통화에서 “신년 기자회견은 당연히 해야 한다”며 “올 1월 윤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부적절했다. 차라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든지, 아니면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 편집인은 “매일매일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도어스테핑을 거둬들인 것은 적절했다”고 평하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국민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건 부적절하다. 새해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비전을 밝히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기자회견이 열릴지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강희철 한겨레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검사와 기자 관계'에 익숙할 것이다. 수사 정보를 전부 쥐고 있는 검사 앞에서 기자들은 한 수 접고 취재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은 칼자루를 쥔 검찰에 굴종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껄끄러운 논쟁이 일상인 정치부 기사 문법이 윤 대통령으로선 어색했을 것이다. 정치부 기자들의 날선 질문에 결국 도어스테핑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극도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위원은 “'김건희 리스크'가 부상한 지금 기자회견을 열면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직적 당정 관계 등 불리한 이슈에 둘러싸여 있다”며 “신년 기자회견은 이런 상황을 정면 돌파할 자신감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한 중앙 일간지 기자는 “국민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대통령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라며 “언론을 피한다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도리어 정면승부할 때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생긴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한 기자는 “윤 대통령은 고언을 듣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고 말한 적 있는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말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며 “이번에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기자회견을 하기 힘들 것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통령 생각을 듣고자 하는 여론은 더 커질 텐데, 계속 침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윤 실장은 “역대 대통령 사례를 보면, 한번 기자회견을 해본 이들은 두 번, 세 번, 상시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기자회견을 '패싱'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기자회견 그 자체가 대단히 큰 이벤트로 받아들여져 소통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언론과 국민을 피하는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이 공고해지면, 불통에 대한 비판과 고립화 우려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고 지난달 30일에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을 홍보수석으로 임명하며 소통 라인을 개편했다. 이 수석은 임명 직후 “언론인 여러분을 존중한다”며 “폭넓은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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