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에선 플랫폼 산업이 ‘국가 자산’…한국은 나홀로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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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유럽, 대만. 이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물가 폭등, 경기 침체 속에 각국의 패권주의가 부활하자 내수시장 보호에 나섰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중국 경제의 중요 엔진'이라며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플랫폼다운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 중 자국 플랫폼의 발목을 잡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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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유럽, 대만…. 이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물가 폭등, 경기 침체 속에 각국의 패권주의가 부활하자 내수시장 보호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흐름의 최전선에 선 업종이 ‘빅테크 플랫폼’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초 출범 직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간부들을 모두 빅테크를 비판했던 인사들로 채웠다. 그러나 2년도 안 된 지난해 말 미국의 빅테크 규제법인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AICO)’이나 ‘오픈앱 마켓법(OAMA)’은 모두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국 플랫폼의 힘을 빼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퍼지면서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중국 경제의 중요 엔진’이라며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 악화가 일자리를 줄이고 경기를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은 어떤가. 일각에선 ‘유럽의 빅테크 규제론’을 운운하며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사 우대를 불공정 행위로 해석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은 미국의 구글, 애플 등 빅테크의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유럽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이 2014년부터 90%를 넘어서는 등 폐해가 커지자 이를 법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3만3565달러를 기록하며 한국(3만2661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한 대만은 연초 플랫폼 사업으로 경제 성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가 자국 빅테크를 보호하려는 흐름은 플랫폼 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까지 디지털 플랫폼이 창출할 매출액은 60조 달러로, 글로벌 기업 매출액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흐름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공정위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만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온플법’을 계속해서 들이밀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간 수많은 전문가가 플랫폼 규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규제의 후폭풍은 더 거셀 것이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고용이 줄어들고 중소상공인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카오, 네이버, 넷마블, 넥슨, 두나무, 쿠팡, 크래프톤 등 7개 IT기업의 합산 매출이 미국 빅테크(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약 2.9%에 불과하다. 특히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독과점이 불가능하다. 최근 중국 ‘알리’, ‘테무’ 등의 직구 애플리케이션(앱)이 빠르게 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는 단계다. 국내 플랫폼들은 규모로 보나 구조로 보나 ‘빅테크’라고도 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규제를 따라 하려면 그대로 도입해야지 어설프게 베껴와서 성장해야 할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구글과 같은 해외 플랫폼이 국내 법규를 피해 가고 조세 회피마저 가능한 구조다.
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플랫폼다운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 중 자국 플랫폼의 발목을 잡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정작 전 세계 온라인 산업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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