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전망 왜 빗나갔을까” 1년 전 전망 복기한 애널리스트[아듀 2023 송년 기획-경제 릴레이 인터뷰 ①]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 파트장은 15년차 애널리스트다. 2009년 아이엠투자증권(2015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흡수합병) 리서치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2015년부터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겨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코스피 상단 3000을 내다봤던 올해 전망이 왜 틀렸던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해 보고서를 복기해봤습니다. 과도한 부양책의 후폭풍인 고금리와 긴축이 내리 누르는 힘을 제가 간과했던 것 같아요.”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 파트장은 지난해 11월 낸 올해 증시전망에서 코스피 상단을 3000으로 전망했다. 5월에도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12월 현재 코스피는 2500내외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강 파트장은 최근 ‘50.6%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강 파트장은 “증권사들이 내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50.6% 증가할 것이라는 과도한 컨센서스(전망치)를 갖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항의 때문에 ‘매수 일색’의 리포트를 낼 수밖에 없는 애널리스트의 웃지 못할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최근 별세한 이종우 센터장과 함께 아이엠 투자증권에서 일했던 시절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며 “이종우 센터장께서는 늘 균형있는 의견을 강조하셨다”고 했다.
강 파트장은 “투자자는 좋은 얘기만 듣고 싶고, 애널리스트들도 어쩔 수 없이 낙관적 편향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한쪽으로 쏠리면 결국 수치가 ‘붕 뜨고’, 올라갈 주식이라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증시에서 소수의견을 귀하게 여겨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질화된 의견, 시장 왜곡 비용 크다
-지난 11일 낸 ‘50.6%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리포트가 화제가 됐다. 투자자도 동료 애널리스트도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런 리포트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 투자자분들에게 소수 의견을 귀하게 여겨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투자자로서는 모든 리포트가 자신의 보유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 좋겠지만, 시장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동질화된, 긍정적인 의견만 있으면 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기 위해 요동친다. 종목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돼야 하는데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시장이 비용을 치르게 되고, 그런 점에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리포트에서 ‘내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50.6% 상승한다’는 증권사 컨센서스가 과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경우는 별로 없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과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인 2021년 정도다. 2010년과 2021년 모두 전세계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썼을 때다. 수요가 바닥 수준에서 다시 올라오던 때다. 내년 시장 상황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증권가의 과도한 컨센서스가 조정될 때까지 내년 상반기 증시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코스피 3000 전망 왜 빗나갔을까
-DB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000포인트로 잡았다. 사실 다른 증권사들도 지난 5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700~2800으로 보고 있었다. 증권가의 전망이 왜 빗나갔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냈던 리포트를 다시 읽어봤다. 우리가 고객분들께 말씀드렸던 것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보면 당시에 저희가 제시했던 상승 요인 자체는 작동했던 것 같다.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완화되고 수출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부양책의 후폭풍을 간과했던 것 같다. 당시 코스피 3000을 이야기하면서 3000 이상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로 과도한 부양책에 대한 후폭풍, 즉 고금리와 양적긴축을 꼽았다. 이 후폭풍의 힘이 예상보다 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코스피 연중 고점(2667.07)이 8월에 나왔는데, 10월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발발했다. 이런 것들이 종합되면서 상승 동력에 한계가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코스피는 올해는 연초(2225.67)보다는 올랐지만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 같다. 내년에 적용하면 금리와 양적긴축 중 하나는 느슨해진다. 금리가 내려갈테니까 코스피 고점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높지 않을까.“
내년 코스피 2150~2950
-DB금융투자에서는 내년 코스피 전망을 2150에서 2950까지 매우 넓게 잡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고 변수가 많다고 본 것인가.
“그렇다. 하단에 대해서는 잠재적인 위험을 풍부하게 보는게 맞다고 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이 미칠 영향을 염려했다. 다만 유가 리스크가 적어진 것을 반영하면 하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단은 저희가 높게 제시한 것 같지만, 경기가 순환적인 바닥을 찍고 내년 2분기 즈음에 본격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상단을 증권사 중에 높은 편인 2950으로 잡았다.
“긍정적인 부분은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바닥권에서 반등하는 흐름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실질 구매력이 올라가고, 중국이 부양책을 더 적극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지금 일자리가 풍부하고 임금소득이 양호한 상태에서 물가 상승률이 내려오고 있다. 중국은 올해 부동산이 흔들렸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적극성은 떨어졌다. 원래 중국은 미국이 통화긴축을 할 때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안 한다. 부양책을 써도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태도가 변화했다. 미국 통화정책이 변하면 중국이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4월에 한국은 총선거가 있고 미국은 11월에 대선이 있다. 선거는 내년 주식시장에 어떤 변수가 될까
“선거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가 꽤 많지만, 전제조건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쓸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정정책을 쓸 여력이 없다면 선거의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든다. 올해만 보면 미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별로 여력이 없다. 아직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인공지능(AI)과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은 어떻게 될까?
“오랫동안 성장주를 관찰해보니 초기에는 여러 종목이 긍정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상승한다. 그러다 한번 장세가 바뀌면 동시다발적으로 올랐던 종목 중에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다. 산업을 이끌어 갈 종목은 오르고 나머지는 도태된다. 정보기술(IT)버블이 터졌을 때 시스코시스템즈도 하락하고, 아마존도 하락했지만, 시스코시스템즈는 아직도 그때의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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