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지속가능 회계개혁 … 국가 경쟁력도 높인다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12.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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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
5년전 외부감사법 개정후
기업 부담 과도하게 늘어
업계 제도개선 요구 잇따라
금융위, 보완방안 마련나서
내부회계관리 외부감사 완화
자산 2조 미만 중소 상장사
연결 내부회계 도입 5년 유예
감사인 지정 요건도 대폭 정비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12일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에서 논의된 내용, 회계학회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 회계학회 연구용역 결과,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회계개혁 가운데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손본 것이다.

올해 회계개혁 내용 조정의 테마는 한마디로 '기업과 함께 가는 지속가능한 회계개혁'이다.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절차 등으로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없었던 여러 내용을 손봤기 때문이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회계개혁을 통해 감사 품질이 올라간 것이 사실이지만 회계 비용 부담에 따른 기업계의 애로와 우려를 낳기도 했고, 이러한 부담을 일부 완화하고 개혁 속도를 조절하는 회계개혁 보완 방안이 마련되는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미세 조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조정을 거치며 우리는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계제도를 시행했으며, 높아진 회계 투명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회계개혁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외부감사법이 전부개정됐다. 지난 5년 동안 같은 제도에 대해 회계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기업의 감사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상존한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실제 5년 전 도입된 제도 때문에 회계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것이 시장과 학계의 일반적 평가다. 주기적 지정제를 통해 회계법인이 영업 부담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실질적 감사를 할 수 있게 됐고, 표준감사시간제를 실시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질 높은 감사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제도 도입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감사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확연히 늘어났고, 과거와 달리 회계법인이 더 깐깐하게 감사하면서 기업 재무팀이나 회계팀은 이에 대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금융위원회가 회계 투명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5년 전 도입한 제도가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게 된 계기다.

먼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부담을 완화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 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말하며, 주로 전산시스템으로 구현된다.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존 감사보수의 약 90%로 그간 많은 기업이 급격한 회계 관련 비용 증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던 바 있다.

원래 2023사업연도에 시행하려고 했었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규모와 이해관계자 수를 고려해 도입 시기를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경영 실적 악화 등을 고려해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해서는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2024년에서 2029년으로 5년 유예했다.

다만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도입 준비를 대부분 마친 점을 고려해 계획대로 올해부터 도입하되, 예외적으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 한해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는 면제하기로 했다. 감사는 면제되더라도 외부감사인에 의한 '검토'는 현행과 같이 받아야 하지만 내부회계 운영실태보고서(경영진 작성)를 대상으로 담당자에게 질문 위주로 검증한다. 이와 달리 '감사'는 주요 내부통제 자체를 감사인이 직접 검증(통제 재수행, 문서 검사 등)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회계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소규모 상장회사 대부분은 사업구조가 단순하고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 편익보다 이행 비용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기업에 대해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던 것은 법률개정 사안이라 금융위원회 예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장회사의 감사인 지정 비율도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감사인 지정제는 직권 지정과 주기적 지정으로 구분된다. 직권 지정은 회계부정 위험 등 지정 사유(27개) 발생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주기적 지정은 회계 부정 위험과 관계없이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회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하면 그 후 3년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감사인의 낮은 독립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외부감사법을 전면 개정할 때 직권 지정 사유를 대폭 확대(11개→27개)하고, 주기적 지정제를 새롭게 도입(2020년부터)했다.

한국회계학회 연구에 따르면 감사인 지정제 확대는 감사 품질을 유의하게 높인 것(감사 조정 증가, 저가수주 축소 등)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상장회사 중 지정감사를 수감하는 기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짐(50% 내외)에 따라 기업에서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자료 요구 등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에 지정 비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 제도를 보완했다. 우선 회계 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 절차 위반에 따른 지정 사유는 폐지하거나 과태료 등으로 대폭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회계 부정 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짐에도 전체 직권 지정 사유의 약 25%를 차지하는 재무기준 미달 사유는 법령 개정을 통해 없앨 계획이고,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을 이유로 한 감사인 지정은 폐지됐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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