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심장의 이상 신호 '부정맥' 건강해도 하루 최대 100번이나?
맥박 리듬 불규칙 '기외수축'
부정맥 증상 전체의 90% 차지
무증상에 안전한 부정맥 불려
심실경련으로 인한 '심실세동'
가장 위험해 몇분내 심정지
나이들면 증가하는 '심방세동'
고혈압처럼 대중 질환될수도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한 겨울철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오기 쉽기 때문이다.
급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정맥(不整脈)'이다. 심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100회 규칙적인 펌프질을 반복한다. 이러한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혈관에 원인이 있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달리 심장근육을 움직이는 전기신호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주요 부정맥은 기외수축(期外收縮), 방실블록(房室Block), 동부전증후군(洞不全症候群), 심실빈맥(心室頻脈), 심실세동(心室細動), 심방세동(心房細動)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 부정맥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때때로 맥박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기외수축이다. 기외수축은 심장 수축이 한 번씩 건너뛰거나, 다음 수축이 더 빨리 일어나는 등 심장이 불규칙하게 박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기외수축은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 생길 수 있으며 커피, 콜라, 차 등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음료나 술을 마셨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심전도를 이용해 진단하는 기외수축은 건강한 사람도 가끔 경험하는 심장의 이상 박동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야마네 사다카즈 일본 도쿄 지케에카이 의과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기외수축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부정맥이며 누구나 하루에 50~100회 정도 일어나고 부정맥 전체의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기외수축이 너무 많이 발생하면 다른 부정맥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지만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은 무증상으로 드물게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방실블록은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아 맥박이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동부전증후군은 결절 이상으로 맥박이 느려지고, 심실빈맥은 리듬을 유지한 채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혈압이 급강하한다. 심실세동은 심실에 경련이 일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은 심방에 경련이 일어나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부정맥은 맥박이 뛰는 속도에 따라 빨라지는 '빈맥성 부정맥'과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서맥성 부정맥에서 위험한 것은 실신으로, 운전 중에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맥박 간격이 35초 정도 벌어지면 뇌에 피가 가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지게 된다. 교통사고는 졸음과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지만 부정맥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도 약 8%에 달한다는 연구 논문이 미국에서 발표된 바 있다. 옆 차선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긴장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맥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심실세동이다. 심실세동은 심방세동보다 환자가 적지만 심실에 경련이 일어나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몇 분 만에 심정지 상태에 빠진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자동제세동기(AED)다. 심실세동은 발생률이 낮고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잘 발생하고 위험한 부정맥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노인의 약 10%에서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다. 야마네 교수는 "심방세동은 고령층에서 뇌경색을 일으킬 위험이 5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뇌경색 발병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은 고령화로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나중에는 고혈압처럼 대중적인 질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심방세동 자체는 급사를 유발하는 위험한 질환이 아니지만, 심방세동 때문에 생긴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의 자각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흉통, 숨 참 등이지만 3분의 1은 증상이 없다. 심실세동이나 방실블록은 예방이 어렵지만 심방세동은 평소 생활습관 개선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위험 요소인 비만, 생활습관병, 알코올,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을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병원에서 심전도를 최소한 1년에 한번 찍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심전도 기록을 꼼꼼히 챙겨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적극 권장된다.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 치료다. 다른 하나는 약을 써도 효과가 없으면 고주파전극 도자절제술이나 냉동풍선 도자절제술을 시행해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은 고주파 전기를 병소 부위에 놓고 통하게 하면 전극도자 끝이 70~100도까지 뜨거워지는데, 이때 이 열이 심장 조직을 파괴시켜 심장의 이상 박동을 차단한다. 냉동풍선절제술은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폐정맥 입구를 특수 설계된 풍선으로 밀착시키고 여기에 액체질소를 이용해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냉각시키는 방법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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