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하나도 없다" 씨 마른 '송년회'…식당 사장님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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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을 사 먹는 것도 솔직히 부담이에요. 웬만하면 약속을 잘 안 잡으려 해요."
19일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는 '연말에 가장 부담스러운 게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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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을 사 먹는 것도 솔직히 부담이에요. 웬만하면 약속을 잘 안 잡으려 해요."
19일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는 '연말에 가장 부담스러운 게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연말이지만 치솟은 물가에 지갑을 열기가 두려워졌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연말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크리스마스 선물도 자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년회 등 모임이 잦아지는 연말에도 물가 부담에 지갑을 닫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식당 업주들과 택시 기사 등은 예년 같지 않은 벌이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2.7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상품과 서비스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3.8%, 3.0% 상승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연말 모임 분위기도 달라졌다. 단체 회식보다 친목 위주의 소규모 모임이 더 많아졌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3년 차 직장인 이모씨(26)는 "원래 단체 회식은 연 2회 정도였는데 올해는 1번으로 줄었다"며 "배달시켜도 배달비가 많이 붙고 연말 식당들은 나오는 음식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친한 지인들과 홈파티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망설이게 된다. 이씨는 "밥만 먹어도 부담스러운데 선물까지 주고받는 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류모씨(30)는 "점심 식대는 물론이고 술값을 포함한 저녁 식대 부담이 크다"며 "친구들과 각출해서 모임을 가지더라도 2차라도 가면 인당 기본 5만원은 잡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저녁을 산다고 하면 10만원은 금방 나온다"고 밝혔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면서 업주들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40대 성모씨는 "삼겹살 가게 외에도 호프집과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호프집이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 같다"며 "삼겹살은 1차 메뉴다 보니 매출이 그나마 낫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0% 이상 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칼국수를 판매하는 50대 이모씨는 "9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에는 송년회를 바짝 많이 하다가 이번 12월엔 예약이 하나도 없다"며 "회사 인근이라 점심 매출은 비슷한데 저녁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00만원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모임이 줄어들면서 택시 기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야간에만 택시를 운행한다는 50대 임모씨는 "예년 이맘때쯤이면 사람이 많아서 손님을 태울 자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계속 기다려도 손님이 타질 않는다"며 "월요일 손님이 특히 적지만 다른 날도 비슷하다. 연말 분위기가 안 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달라진 모임 풍토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7년간 택시를 운행했다는 한 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새벽에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30~40%는 준 것 같다"며 "예전에는 새벽 2시까지는 계속 콜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새벽 1시만 넘어가도 콜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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