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긴긴 겨울밤 …"수면장애 가볍게 보지 마세요"
수면장애 110만명…4년새 28% 늘어
누운 지 20분 이내 잠들어야 좋은 수면
추운 겨울도 낮에 햇볕 쬐며 산책하고
족욕·반신욕 잠자기 2~3시간전 해야
22일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밤 길이가 14시간25분에 달하며 앞으로 낮 길이가 내년 하지(6월 21일)까지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한겨울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다른 계절보다 오래 푹 자는 게 건강에 좋다. 좋은 수면은 잠자리에 누운 지 20분 이내에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걱정과 스트레스로 잠들기 어렵다. 특히 겨울에는 불면증이 악화된다.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실내 난방까지 겹치면서 코호흡보다 구강호흡을 많이 하게 된다. 구강호흡은 입을 마르게 하는데, 산소포화도(혈중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잠을 자다가 자주 깨는 수면분열이 일어나 불면증으로 악화되거나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를 일으키기 쉽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를 본 사람은 2018년 85만5025명에서 지난해 109만8819명으로 28.5% 늘었다. 연령대별 환자 비율(2022년)을 보면 60대가 2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18.9%, 70대 16.8% 순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에는 불면증, 기면증, 코골이, 무호흡 등 수면 관련 호흡장애, 몽유병, 렘수면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면장애는 주로 불면증을 의미한다. 불면증은 잠이 들 때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 잠이 들어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경우, 새벽에 잠을 깨 더는 잠들 수 없는 경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에 의심할 만하다. 보통 불면증이 3개월 미만이면 단기 불면증, 3개월 이상이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잠은 보약이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날은 하루 종일 상쾌하지만 잠을 설친 날은 모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이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누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 시간이 모자라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부족한 수면 시간을 '수면부채(睡眠負債)'라며 "수면부채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수면의 양과 질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면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사이 깨닫지 못하지만 파동곡선처럼 비렘(Non-REM·Non-Rapid Eye Movement)과 렘(REM·Rapid Eye Movement)이 한 주기로 약 90분간 움직인다.
하룻밤 6~7시간 잔다고 가정하면 비렘과 렘의 주기는 대체로 4~5번을 반복한다. 전체 수면의 75~80%를 차지하는 비렘수면은 다시 1단계, 2단계, 3단계 수면으로 구분되며, 3단계는 서파수면으로 가장 깊은 잠을 진다. 비렘수면 시간에는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떨어지며 정신적 활동이 감소하는 게 특징이다.
렘수면은 잠을 잘 때 뇌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 동안 받은 정보를 정리한다. 렘수면 시간에는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 및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며 정신활동이 활발하다. 꿈을 꾸는 것도 렘수면 중에 발생하며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기억력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렘수면이 짧아지면 뇌가 혹사를 당해 기억력 감퇴, 고혈압 발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수면장애 중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증세가 1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는 저호흡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 중 약 70%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코골이를 하다가 갑자기 수초 동안 호흡을 멈추는 모습을 지켜본 '수면동반자'는 종종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호흡곤란으로 산소 공급이 부족해 혈액 속의 산소농도 감소로 이어져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이나 당뇨,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은 양압호흡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는 코에 장착한 마스크에서 기도로 공기를 계속 보내 취침 중 기도의 폐색을 막는다. 양압기는 안전하게 사용만 잘하면 90% 이상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수술과 구강 내 장치 등 특수치료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경증은 마우스피스를 통해 상기도를 넓게 유지해 코골이나 무호흡을 막는 치료도 있다. 아주 경증일 경우에는 옆으로 자는 것만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올바른 수면 습관을 길러야 한다. 먼저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 수면 환경은 조용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게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고, 햇빛이 비치는 낮 시간대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카페인이 든 음료나 음식,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는 삼가야 한다. 특히 음주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프면 수면을 유도하는 트리토판 성분이 들어 있는 우유나 바나나,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졸음을 유발하는 둥글레차를 마시는 게 좋다. 족욕과 반신욕은 잠자기 2~3시간 전에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은 우리 몸의 수많은 생체리듬 중 하나로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몸의 회복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일상생활을 무너뜨릴 수 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수면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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