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이라는데도 한동훈으로 쉽게 정리 안 되는 이유[여의도 앨리스]

조미덥·조문희 기자 2023. 12. 19. 16: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9 박민규 선임기자
대규모 공천 물갈이 불안감 크고
‘중도층 확장에 불리’ 우려 때문

국민의힘에서 친윤석열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쉽게 당론이 모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과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 선출 과정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확인되면 신속한 집단행동으로 관철했던 것과 다르다.

이는 ‘총선 공천 경선 기회는 줄 것’이란 김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 사이의 연대가 깨지고 한동훈발 ‘혁신’이 대대적 물갈이를 몰고 올 것이란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제는 당정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그간 윤심이 일사불란하게 당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총선 공천이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에 따라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김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과반 득표를 이끌었다. 여기엔 “검사 공천은 없다”는 김 전 대표가 현역 의원들을 억울하게 공천 배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뒷받침됐다. 이 믿음은 최근까지도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청에 핵심 인물인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버티면서 유지됐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 전 대표가 쫓기듯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공수표가 됐다.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쥐고 현역들을 대거 측근들로 대체할 것이란 관측도 돌았다. 정권 2인자인 한 장관이 당권을 쥐면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란 불안함이 커지면서 쉽게 당론이 한 장관으로 모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를 지지하는 한 지도부 인사는 19일 “김기현 대표를 끝까지 보위했던 현역들은 ‘묻지마 경선’을 요구하던 분들”이라며 “한 장관이 대대적인 혁신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지난달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 등을 겪으면서 여권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측면도 있다. ‘서울 6석’ 등 이대로 가다간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질 것으로 전망되는 여론조사와 분석들이 속속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수능으로 치면 9월 모의고사에서 7등급 나온 학생을 서울대 보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소위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장관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총선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이 지지율 30% 대통령의 전위부대로 나서는 것이 중도층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불안감이다. 최재형 의원은 지난 17일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들도 언론에 수평적인 당정관계를 강조했다. 당정관계 변화를 우선 과제로 놓고 보면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선순위에 두긴 힘들다. 한 비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이날 한 장관이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 명품백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당정관계가 바뀌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사 몰이에 의원을 동원하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이 누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윤핵관들이 자기들끼리 쑥덕해 결정하고, 다선 의원들 의견을 너무 안 듣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