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이라는데도 한동훈으로 쉽게 정리 안 되는 이유[여의도 앨리스]
대규모 공천 물갈이 불안감 크고
‘중도층 확장에 불리’ 우려 때문
국민의힘에서 친윤석열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쉽게 당론이 모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과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 선출 과정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확인되면 신속한 집단행동으로 관철했던 것과 다르다.
이는 ‘총선 공천 경선 기회는 줄 것’이란 김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 사이의 연대가 깨지고 한동훈발 ‘혁신’이 대대적 물갈이를 몰고 올 것이란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제는 당정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그간 윤심이 일사불란하게 당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총선 공천이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에 따라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김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과반 득표를 이끌었다. 여기엔 “검사 공천은 없다”는 김 전 대표가 현역 의원들을 억울하게 공천 배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뒷받침됐다. 이 믿음은 최근까지도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청에 핵심 인물인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버티면서 유지됐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 전 대표가 쫓기듯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공수표가 됐다.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쥐고 현역들을 대거 측근들로 대체할 것이란 관측도 돌았다. 정권 2인자인 한 장관이 당권을 쥐면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란 불안함이 커지면서 쉽게 당론이 한 장관으로 모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를 지지하는 한 지도부 인사는 19일 “김기현 대표를 끝까지 보위했던 현역들은 ‘묻지마 경선’을 요구하던 분들”이라며 “한 장관이 대대적인 혁신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지난달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 등을 겪으면서 여권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측면도 있다. ‘서울 6석’ 등 이대로 가다간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질 것으로 전망되는 여론조사와 분석들이 속속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수능으로 치면 9월 모의고사에서 7등급 나온 학생을 서울대 보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소위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장관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총선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이 지지율 30% 대통령의 전위부대로 나서는 것이 중도층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불안감이다. 최재형 의원은 지난 17일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들도 언론에 수평적인 당정관계를 강조했다. 당정관계 변화를 우선 과제로 놓고 보면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선순위에 두긴 힘들다. 한 비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이날 한 장관이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 명품백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당정관계가 바뀌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사 몰이에 의원을 동원하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이 누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윤핵관들이 자기들끼리 쑥덕해 결정하고, 다선 의원들 의견을 너무 안 듣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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