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의 의미? "유보통합은 명확히 '영유아 중심'"

기고=김대욱 2023. 12. 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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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대욱 경상국립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지난 8일 유보통합의 첫 걸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8일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 모습. 이번 기고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의미를 여섯가지로 고찰한다. ⓒ국회

2023년 12월 8일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0여년 간 논의를 이어온 유보통합이 드디어 첫 단추를 끼웠다. 매우 환영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건지 아닌지를 놓고 벌여온 지난한 논의과정도 종결됐다. 이제 6개월 후인 2024년 6월 7일 영유아교육 사무는 모두 교육부로 일원화되어 진행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유보통합의 시계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사실 유보통합이 논의되면서 관련 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이 법안만으로 그 어떤 추가적인 재정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큰 논란을 불러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정부조직법이 압도적 표차로 개정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영유아교육‧보육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무척 반기면서, 이와 동시에 정부조직법 개정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한 정부조직법 개정 의미를 구체적으로 고찰한다.

◇ 82.6% 압도적인 찬성률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첫째, 압도적인 표 차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득표는 민심을 반영한다. 유보통합이 논의되기 시작한 올해 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통과나 되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결과는 달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11월 23일 행안위 통과, 12월 7일 법사위 통과, 8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압도적으로 득표하며 가결됐다. 국회 통과 시 찬성률을 여론으로 보는 해석이 있는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재석 213인(재적 298인) 중 찬성 176인(82.6%), 반대 8인(3.8%), 기권 29인(13.6%)로 통과됐다. 국회의원의 본회의 투표 결과는 민심을 반영한다. 이게 바로 유보통합을 바라보는 민심이다. 정부조직법 개정 통과 찬성 82.6%는 유보통합 추진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 유보통합 성격 명확화: 0~5세 무상교육 & 학교체제

둘째, 유보통합은 '학교 체제를 통한 0~5세 무상교육'이라는 점이 선명해졌다. 11월 17일 정부조직법 개정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정부조직법 개정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본회의 순서로 진행되면 되는데, 국회 공청회는 교육위원회(교육위)와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가 행안위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국회 공청회에서 교육위 소속 서동영 의원과 강민정 의원을 중심으로 질의가 이어졌고 답변은 교육부 장상윤 전 차관과 유보통합추진단 이상진 전 단장이 맡았다. 대부분의 답변은 장상윤 전 차관이 직접 응했다. 이 과정에서 장상윤 전 차관은 '학교 체제를 통한 0~5세 무상교육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유보통합의 성격이 학교체제를 통한 0~5세 무상교육으로 명확해진 순간이다. 앞으로 유보통합 논의는 0~5세 무상교육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 유보통합 성격 확립으로 재정 확보 방향성 제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보육학계, 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환영 기자회견을 1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개최했다. ⓒ유보통합범국민연대

셋째, 유보통합의 방향과 성격이 정의되면서 재정확보 방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보통합을 위한 재정 확보는 영유아 중심의 유보통합의 성격 확립으로 가능해진다. 정부조직법 개정 공청회에서 분명 장상윤 전 차관은 '0~5세 무상교육'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학제에서 고등학교만이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즉, 0~5세 영유아에게 최소 고등학교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장 전 차관의 말을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의무교육이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정이 어떻게 지원되는 지도 검토해야 한다. 초중고에서 국비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영유아교육에 적용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보통합의 성격 정립은 재정 지원을 갖고 온다. '격차 완화'보다 '격차 해소'에 훨씬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함에도 격차 완화보다 격차 해소가 더 쉬울 때가 있다. 유보통합에서 그렇다. 우리나라 0~2세 영아는 3~5세 유아에게, 0~2세 영아와 3~5세 유아는 6~17세 초중등학생들에게 차별받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은 시정해야 한다. 돈이 들어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시도교육감, 각 부처 장관, 대통령까지 0~5세 영유아가 차별받고 있는데, 그동안은 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그 현실을 알아차렸음에도 차별을 계속해야 한다는 논지를 계속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계속 0~5세 영유아가 차별받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 정부부처 주요 각료들이 혹여라도 있다면 그분들은 공직자를 유지할 자격이 없다. 

연초에 유보통합 논의가 시작됐을 때 재정 부족으로 인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완화방법을 찾다가 이제 격차 해소방안 모색으로 추진 방향이 전환되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원들만 놓고보면 격차 완화라는 용어를 써도 되지만, 사실 유보통합은 0~5세 영유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격차 해소가 맞다. 유보통합을 위한 재정 확보는 유보통합의 성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연초에 격차 완화를 이야기했을 때는 어른의 기준이며, 격차 해소가 언급되면서 영유아 기준으로 돌아섰다. 유보통합은 영유아 중심 관점을 고수해야 성공할 수 있다.

◇ 국회의 높은 관심, 유보통합 구체적 실현 앞당겨져

넷째, 행안위 부대의견을 통해 유보통합의 성격과 실현방안이 구체화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단순히 각 부처의 사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것이었는데 예상외로 정부조직법 개정 찬반 논의 과정에서 유보통합의 모델과 재정 마련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이에, 행안위는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4가지 부대의견을 달아 유보통합 실현 방안을 국회로 3개월 이내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말 유보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교사 자격과 양성, 통합모델, 교육과정 이 3가지 유보통합 시안이 제시되는 것이었으나,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행안위 부대의견에 따라 12월 말 유보통합 시안 제시보다 2024년 2월 22일까지 국회로 부대의견 4가지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유보통합) 부대의견

정부는 안정적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다음 각호의 사항을 포함한 계획을 마련하여 3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한다.

1. 유보통합의 안정적 실현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
2. 지방자치단체 영유아보육 사무(조직, 정원 포함), 예산의 이관 방안
3. 통합기관의 교원 자격기준·양성계획·처우개선 및 시설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모델 시안
4.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지원 확대 등 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

국회에 제출될 부대의견은 모두 4가지로, ▲유보통합의 안정적 실현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 ▲지방자치단체 영유아보육 사무(조직, 정원 포함), 예산의 이관 방안 ▲통합기관의 교원 자격기준·양성계획·처우개선 및 시설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모델 시안 ▲영유아보육·교육에 대한 무상지원 확대 등 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이다. 이 4가지 사안은 유보통합 실현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당초 2025년 2월 유보통합추진단이 해체될 때까지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의 요구로 일정이 매우 빨라지게 되었다. 

유보통합추진단은 올해 진행한 교사자격과 양성, 통합모델, 교육과정 이 세 가지 연구용역 결과를 이달 말 '유보통합 시안'의 형태로 발표하기로 했었다. 그만큼 2023년 12월은 유보통합사(史)에 중요한 시기인데, 정부조직법 개정안 부대의견으로 인해 이달 12월에 발표되기로 한 시안은 내년 2월 국회에 제출할 부대의견의 중간과정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유보통합 시안이 빠른 시일 안에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시안을 통해 재정, 지방자치단체 사무 및 예산 이관, 통합모델 시안의 구체화, 무상지원 확대 등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이며 가결됐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유보통합은 윤석열 정부만의 교육정책이 아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 후보 당시 모두 유보통합을 주요 교육정책으로 제안한 바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시 행안위가 부대의견을 통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유보통합을 촉진하는 부대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협의회는 앞서 지난달 23일 인천에서 제94회 교육감협 총회를 열고 유보통합 재정 확보 방안 등을 검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 이해당사자들의 유보통합 수용 가속화

다섯째, 정부조직법 개정 통과로 이해당사자들이 유보통합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는 유보통합 찬성론자는 물론, 반대 관점을 지닌 사람들도 대부분 참여했다. 사실 정부조직법 개정은 단순히 영유아교육 및 보육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부서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것인데, 개정 과정에서 찬반 격론이 일어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로 유보통합이 진행유무를 결정할만큼 그 의미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정부조직법의 개정안은 국회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올해 유보통합이 진행되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처음엔, 30여 년간 답습했던 유보통합 과정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다. 역시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해당사자들의 유보통합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학부모가 유보통합 논의에 참여하고, 이해당사자들 중심의 논점에서 '형님들에 비해 차별받는 0~5세 영유아 중심'으로 논점이 옮겨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영유아가 차별받는 것을 해결해야 하므로 더 이상 아무도 유보통합을 반대할 수 없게된 것이다.

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이제는 '어떻게 유보통합을 잘 구현해내느냐'로 논의가 전환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유보통합의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나, 유보통합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유보통합을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쟁점조율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이 제시된다면 각자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영유아를 위한 대승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논의를 전개해나가도록 변화했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4년 2월 22일까지 국회에 부대의견들을 제출해야 한다. 유보통합 쟁점조율과정은 2024년 1년 내내 일어날 것이지만, 큰 폭의 조율은 2024년 2월 22일 이전에 종료해야 한다.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이해당사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졌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시각에서 유보통합 해법을 제안해야 한다.

◇ 시도교육감의 부분적인 협조 이끌어내

여섯째,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시도교육감의 지방자치법 개정 촉구 성명을 이끌어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확실해지는 시점인 2023년 12월 4일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유보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해소, 교육과 돌봄 수준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것" "유보통합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구체적 재정계획과 조직통합 세부계획이 필요하며 (가칭)교육-돌봄 책임 특별회계법 제정을 제안하고, 교부금의 교부 비율 상향 검토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형님 돈 빼서 동생 못 준다'는 입장에서 큰 선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의 보육 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것에 그칠 뿐인데 이 법의 개정만으로 이러한 효과까지 부수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이상 정부조직법 개정의 의미를 여섯 가지로 살펴봤다. 정부조직법 개정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해당 법률은 유보통합을 위해 교육부로의 행정 및 재정 일원화를 담고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과정에서 훨씬 많은 것들이 논의되었고 상당히 접점을 찾았다. 이러한 논의과정은 가볍지 않다. 더 이상 150만 영유아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유보통합이 150만 영유아가 차별받지 않고, 그들을 위한 최선의 모델을 구현해내길 바란다.

김대욱 경상국립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김대욱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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