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러시아 북유럽 방어망 강화하는 미국…스웨덴 이어 핀란드와 방위협정 체결
미국이 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 국가들과 방위 협정을 체결하며 대 러시아 방어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안티 카이코넨 핀란드 국방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 간 방위협력협정(DCA)을 체결했다. 핀란드 의회를 거쳐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은 핀란드에 있는 15개 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협정은 올해 4월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따른 후속 조치로, 양측은 나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군사·안보 대응 능력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이 커진 북유럽 국가들과 군사협정을 체결해 대 러시아 방어망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와 방위협정을 개정한 이후, 스웨덴·핀란드에 이어 이번주 중 덴마크와도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미국과 핀란드의 이번 협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위협 발언을 한 지 하루만에 체결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핀란드를 나토로 끌어들였다”고 비난하며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핀란드 국경 인근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을 예고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접한 나토 국가가 등장한 것에 대한 반발과 위기감을 반영한 말로 풀이된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며 ‘적’이 된 만큼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한테 공격 받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나토 국가들과 싸울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유럽연합(EU)에서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자 수십년간 유지해온 군사적 중립 정책을 폐기하고 나토에 가입했다. 핀란드는 1939년 구소련의 침략을 받아 3개월 넘게 전쟁을 치른 끝에 국토의 약 10분의 1을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핀란드 국경으로 제3국 출신 망명 신청자들을 밀어내고 있다며 러시아 국경검문소 8곳을 폐쇄하는 등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다.
스웨덴은 아직 나토 가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지난 5일 미국과 양자 방위협정을 체결하며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미군은 스웨덴 전역의 17개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군의 차량과 각종 함정, 군용기 등이 스웨덴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위협이 북유럽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가 북유럽 국가와 인접한 북극에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는 것도 주목되고 있다. CBS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러시아가 북극에서 운영 중인 군사기지 수가 미국과 나토의 기지를 합친 것보다 많고, 북극에서 서방의 군사적 입지가 러시아에 비해 약 10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항로가 열리는 등 북극권의 지리적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군사기지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이 향후 군사적인 발화점이 돼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최근 관련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관계가 악화하면서 북극 지역으로 긴장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와 나토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노르웨이나 핀란드가 제한적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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