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세운 도로변 울타리 탓에 ‘멸종위기 산양’ 아사 위기
강원 화천군 민통선 이북의 산양이 도로변 철제 울타리로 ‘아사’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지난 7일 화천 민통선 이북지역의 한묵령로 일대를 조사한 결과 지뢰지대 통제 및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설치한 철제 울타리들로 다수의 멸종위기 산양들이 좁은 지역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밝혔다. 생명다양성재단(이하 재단)은 산양이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철을 넘기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에는 산양뿐 아니라 사향노루,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기존에는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는데 내년 초 민통선이 북상하면서 통행이 자유로워진다. 이에 따라 화천군은 민간인이 미확인 지뢰지대인 주변 산림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올해 울타리를 새로 설치했다. 전체 구간은 연장 약 10㎞다.
재단은 ASF의 숙주가 될 수 있는 멧돼지 이동을 막으려 설치한 울타리 등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2중, 3중으로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이 생겼고 울타리 내 동물들의 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연구진이 현장을 조사하는 중에도 도망가지 못하고, 도로에 서 있는 산양이 발견됐다. 또 울타리가 쳐져 있는 도로 한 편의 물가 근처에서는 배설물 등 고립된 산양 흔적도 확인됐다.
해당 구간에는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13곳 있지만 새로 만든 울타리가 이동통로 건너편 출입구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연구진은 “적극적으로 먹이를 탐색해야 하는 시기인 겨울철에 고립돼 버린 산양들은 아사할 위기에 처한 상태”라며 “이미 효용이 다한 ASF 울타리 등 기존 울타리를 철거하고, 현재 막힌 상태인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한시적이라도 열어두어야 산양들이 봄철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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