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법원 제동에도 불씨는 여전
서울시의회 “폐지안 대안 모색하겠다”
의원 발의 등 ‘우회 상정’ 가능성 남아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던 서울시의회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회가 다른 형태의 폐지안을 상정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조 교육감과 최 교육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의회에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입장문에는 서울과 세종 외 7개 시도(인천·광주·울산·충남·경남·전북·제주) 교육감도 이름을 올렸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8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으로 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예정돼 있던 폐지안 심의·의결은 무산됐다.
조 교육감과 최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 인권의 후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라며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규범이자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근본이 되는 규범”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학생들이 체감한 학생인권 보호 효능감은 2015년 64.2%에서 2019년 70.7%로 증가했다. 2015년 학생인권옹호관이 설치된 이후 지난 11월까지 총 8686건의 학생 인권침해 상담 및 권리구제가 이뤄졌고, 이 중 571건(39%)이 시정 권고 또는 개선 조처됐다. 우필호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들이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우리이고, 이런 부분을 가능하게 한 게 학생인권조례”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2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서울학생인권지키기공동대책위(공대위)는 지난 3월 일부 보수단체의 주민 청구로 폐지안이 발의되자 위법 소지가 있다며 지난 4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대위는 오는 2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폐지안 통과가 유력해지자 지난 11일 법원에 집행정지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서울시의회가 폐지안을 기존 주민 발의가 아닌 의원 발의 형태로 상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된 충남이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충남도의회는 법원이 주민 발의 폐지안의 효력 정지를 결정하자 의원 발의로 폐지에 나섰고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했다.
서울시의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이 주민대표기관인 서울시의회의 자주권을 제한하는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따라 교육위원회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가 폐지안 처리를 강행하면 즉각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에서 이를 재의결하면 대법원에 무효 확인 청구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이러면 대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은 유지된다.
조 교육감은 “법원이 숙고의 시간을 갖도록 집행정지를 수리한 상태에서 (폐지안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 같고, 서울시의회도 그 정도의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단 행정법원의 결정을 수용해서 숙의 과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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