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토큰증권·BDC… 국회에 묶인 자본시장 정책과제들
금융당국이 주요 자본시장 입법 과제로 정한 법안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극심한 갈등으로 정책 입법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연내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해당 법안들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매도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10건 발의됐다.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들은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한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도 주요 내용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1소위)는 지난 5일 해당 법안들을 상정해 심사했으나 의결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정부 입장이 정리된 법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전산 시스템 구축 의무화 대상, 기관의 상환기간 제한 여부, 처벌 강화 방식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종민 소위원장은 "처벌 조항도 내용이 다양하다. 금융위가 여기에 대해서 종합적인 의견을 내야 논의가 좀 정리가 된다"며 "개별 의원들 발의안 가지고 논의를 하면 너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다음 소위 심사 때 정부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올해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발의)은 법안 심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STO(토큰증권 발행)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정의와 규율 근거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STO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 유통 규율 근거와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를 만드는 조항을 담았다.
토큰증권이 아닌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신종 증권인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매매거래는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하다. 금융위가 13일 한국거래소의 'KRX 신종 증권 시장 개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와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법안이 1년 반 넘게 정무위에 계류됐다.
BDC 제도는 증권사·자산운용사·벤처캐피탈 등 인가 업체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자산의 60%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의 지분증권에 투자해야 하며, 10%는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한다.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로 존속기간은 5년 이상이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될 수 있어 개인투자자가 지분을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5일 열린 1소위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으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시행령 위임 조항을 통해 불완전판매 방지와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1소위를 통과하진 못했다.
지난 4월 말 터진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여당이 도출한 불공정거래 행위자 처벌 강화 법안도 정무위에 계류됐다.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본시장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대 10년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밖에 가상자산 2차입법, 배당제도 개선 반기 확대,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등 법안들도 정무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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