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위로 벽돌 쿵, 최악의 공포"…한밤중 中지진 138명 앗아갔다
실종자 제대로 집계 안 돼 피해 규모 더 늘 듯,
맹추위 속 구조작업 진행 "의약품 태부족"
"자는 동안 강한 지진을 느꼈는데 그 동시에 5층에 있는 집 조명과 난방기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온 가족이 급히 아래로 내려가 일단 차에 숨어있다가 공터로 차를 몰았다. 공터엔 주민들의 차가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지스산 지역 생존자 A씨)
"고층 건물 전체가 파도에 휩쓸린 듯 강하게 흔들렸다. 16층 우리 집에도 진동이 강하게 느껴졌다. 공포에 질려 가족을 모두 깨운 후 단숨에 16층을 맨발로 뛰어내려가 겨우 대피했다. 밖은 정말 추웠다."(린샤 지역 생존자 B씨)
"잠을 자는데 밖에서 물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고 벽면 벽돌이 갑자기 내 몸 위로 떨어졌다. 벽돌을 헤치고 뛰쳐나갔다. 다행히 목과 허리에 약간의 상처만 있었고 나머지 가족들도 무사했다. 곧바로 집 밖으로 탈출했다."(대허자진 지역 생존자 C씨)
중국 지진 피해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사망·실종자 집계가 138명을 넘어섰다. 중국 당국이 정확한 실종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를 감안할 때 실종자 숫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매서운 한파가 덮치며 사망자 숫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북서부 간쑤성(甘肅省) 린샤지역에 19일 새벽 0시께 규모 6.2 지진이 발생했다. 오후 2시(중국 현지시간) 기준 간쑤성 사망자가 105명, 인근 칭하이(靑海省) 사망자가 13명으로 총 118명이 목숨을 잃었다. 간쑤성 실종자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칭하이성에서는 2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돼 사망·실종자는 총 138명에 달한다. 부상자는 양 지역을 합해 400여명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피해 지역의 수도, 전기, 교통, 통신 등 인프라 손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중국 당국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곳 건물들의 내진설계가 부족한 데다, 인구가 몰린 지역에 잠자는 시간에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지진이 발생할 당시 간쑤성 지역은 영하 12~15도의 매우 추운 날씨였다. 한 주민은 "지진이 나자 잠옷 차림에 패딩 점퍼만 걸치고 뛰어나온 이웃들도 있었고 일부는 급히 담요만 두른 차림으로 거리로 나와있었다"며 "혼비백산해 맨몸을 훤히 드러내고 주변 건물에서 도망쳐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지역 마을 간부들이 사람들을 광장으로 옮기고 모닥불을 곳곳에 피웠다"며 "지진이 나고 네 시간 후 쯤 구조대가 왔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구조작업에 나섰다. 토담집들의 피해가 특히 컸는데 한 노인은 구출해냈지만 병원으로 가던 중 죽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피해지역에 정상적인 물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상점도 영업에 들어갔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해지는 현지 상황은 아비규환이다. 면텐트와 의류, 이불, 신발 등 방한용품은 물론 조립식 주택과 전기담요, 전열기 등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연료가 부족한 상황이며, 감기약이나 외상약, 항염증제 등 의약품도 태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인 간쑤성 남동부 지역은 중국 남북지진대 기준 북부지역이다. 칭하이와 시짱(티베트)을 잇는 연결선과 맞닿아있으며 유라시아판과 인도판 사이에 있어 지각활동이 활발하다. 중국지진망은 지난 5년간 이 지역 반경 200km에서만 규모 3.0 이상 지진이 총 24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1900년 이후로는 규모 6.0 이상 지진이 모두 세 차례 보고됐다.
이번 지진은 사망·실종자 수 기준 지난 2013년 쓰촨성 야안시에서 발생한 규모 7.0 진도 지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지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 사망·실종자는 217명에 달했다. 특히 간쑤성과 맞닿아 함께 지진피해를 입은 칭하이성에서는 지난 2010년 진도 7.1 규모 위슈 강진으로 무려 2200여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실종, 3500명이 부상을 입은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위슈 지진은 쓰촨성 원촨에서 2008년 발생한 규모 8.0의 이른바 '쓰촨대지진'(사망 8만7000여명)과 함께 중국 지진사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만 규모 5.0 이상 지진이 무려 11차례나 관측됐다. 지난 1월 쓰촨성 루딩현과 신장에서 각각 지진이 발생했고 5월엔 윈난성, 8월엔 산둥성, 10월엔 간쑤성과 남방 광둥성 해역, 칭하이 등에서, 11월엔 다시 신장에서, 이달 2일엔 다시 윈난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없는 지진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옥이나 도로가 파괴되는 등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은 사례가 적잖았다. 수차례 벌어진 대자연의 경고 끝에 끝내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중국 내부의 불안감은 커진다.
중국 정부는 총력 구조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진 소식을 보고받고 "전면적인 수색과 구조노력을 기울여달라"며 "피해주민의 적절한 재정착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리창 총리도 관련해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인력구조와 재난처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소방대원 등 인력 1440여명이 투입됐고, 구조팀도 재해 지역에 집중 배치됐다. 주변 지역 소방관 1603명도 집결, 대기중이다. 인민해방군도 300여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 실종자 수색작업과 도로 정리 작업 등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진 규모가 상당한 데다 최강의 한파가 겹치며 안타까운 사망 사례는 추가로 보고될 전망이다.
중국 재정부와 응급관리부는 지역 지진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간쑤성 1억5000만 위안, 칭하이 성 5000만 위안을 포함해 간쑤성과 칭하이성에 중앙 자연재해 구호 자금 2억위안(약 370억원)을 긴급 배정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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