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가스공사, 맥스웰 효과
최근 프로농구에선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바닥까지 추락했던 가스공사가 이젠 강호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가 됐다.
가스공사는 지난 18일 안양 정관장 원정에서 91-80으로 승리했다. 직전 경기에서 6연승을 질주하던 창원 LG를 가로막은 기세가 정관장전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가스공사의 순위는 아직 9위(6승16패)에 머무르고 있지만, ‘봄 농구’의 마지노선인 6위 정관장(10승12패)과 승차가 이제 4경기로 좁혀졌다.
농구 현장에선 가스공사의 두 번째 외국인 선수인 듀반 맥스웰(32) 효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관장에서 오마리 스펠맨의 대체 선수로 뛰었던 그가 가스공사에 합류하면서 성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스웰이 가스공사 유니폼을 입은 이래 8경기 성적표는 4승4패. 가스공사를 만나면 신바람을 내던 팀들이 이젠 거꾸로 긴장한다.
맥스웰의 이번 시즌 기록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가스공사 소속으로 뛴 8경기에서 평균 10점과 4.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조차 정관장 시절의 기록(7.9점 4.4리바운드)보다 오른 수치다.
맥스웰이 쌓은 기록에서 관전 포인트는 출전 시간 대비 효율이다. 맥스웰은 경기당 16분 3초를 뛰면서 웬만한 주전급의 역할을 해낸다. 이번 시즌 KBL 외국인 선수 연봉에서 뒤에서 두 번째(22만 6000달러·약 3억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맥스웰의 친정팀이라 할 수 있는 정관장전에선 2쿼터 8분 2초를 뛰면서 8점 3리바운드로 주도권을 잡는 원동력이 됐다.
맥스웰 효과는 수비와 에너지라는 측면에서도 눈에 띈다. 맥스웰이 투입되면 가스공사는 뛰는 농구가 된다.
맥스웰은 상대적으로 키(198㎝)가 크진 않지만 리바운드 싸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속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또 찬스만 생기면 나오는 덩크슛도 일품이다. 가스공사가 시즌 첫 연승을 질주했던 지난주 고양 소노와의 연속 맞대결이 그랬다.
맥스웰이 코트에 불어넣는 긴장감도 흥미롭다. 가스공사의 에이스인 앤드류 니콜슨이 달라졌다. 니콜슨은 원래 공격은 뛰어나지만 수비는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맥스웰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니콜슨도 달라졌다. 니콜슨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개막 전 가스공사가 준비했던 수비 농구가 완성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남부럽지 않은 외국인 선수 두 명으로 시즌을 치르는 가스공사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까.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이제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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