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논란’ 모다모다 샴푸, ‘소비자 혼란’ 속 진실은
2024년 10월까지 해당 샴푸 판매 가능…소비자 선택으로 남아
유해성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부작용 발생하면 환불 조치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염색샴푸인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에 들어가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이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오르게 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를 중심으로 자발적 회수와 피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THB 성분이 들어간 해당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여전히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결국 금지되는 THB 성분…논란은 왜?
앞서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THB 성분을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2021년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자 모다모다 측은 "신기술 규제"라고 반발했다. 이에 규제개혁위원회(규제개혁위)는 추가 위해성 평가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검증위)는 다방면의 검토를 통해 지난 6일 "유전독성(특정 성분에 반복적 노출시 유전자 변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역치가 존재하지 않아 독성 기준값을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인체 노출에 안전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예방적 차원에서 THB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달 내로 고시가 개정되면 THB 성분은 앞으로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모다모다 측은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은 모다모다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라면서 "검증위의 이번 발표 역시 같은 취지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생각해 이를 존중하는 것이 기업이 취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해당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단종됐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왜 계속 팔릴까?
실제로 모다모다 측은 THB 성분으로 논란이 된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를 10월 초 단종시켰다. 12월19일 기준 모다모다 공식 홈페이지나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선 해당 제품을 찾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모다모다 관계자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상품에는 THB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며 "새로 출시한 '제로 그레이 블랙샴푸'와 '프로체인지 블론드 샴푸'에는 THB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된 기존 제품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다른 쇼핑몰에서는 지금도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가 판매되고 있다. THB 성분이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되더라도, 이미 제조된 제품은 당분간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식약처가 THB를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개정 절차를 추진할 당시,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중증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시행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은 2022년 10월까지 제조됐고, 제조 2년 뒤인 2024년 10월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판매처들은 크게 할인된 가격에 기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효능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의 기존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구매 후에 성분 논란을 접한 일부 소비자들이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판매처들은 판매가 적법하다는 근거를 들며 '교환‧환불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판매처를 통한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당 샴푸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유해하다고? 식약처,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에 주목
THB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를 개발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공인된 임상 기관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왔다"며 "THB 성분은 이 세정제품에 극소량 함유될 뿐 아니라 다른 폴리페놀 성분의 수용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보조성분이며, 다수 연구를 통해 인체 세포에 무해함을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해당 제품이 독성이 강한 염모제로 염색을 하는 게 불가능한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제품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박성영 한국교통대 화공생물학과 교수는 "식약처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행정예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해 5월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최소한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인체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라면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담보해 연구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일부 전문가들은 피부가 예민한 사람의 경우 해당 성분이 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유해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식약처는 검증위의 최종 결론에 따라 '안전성'을 위한 보수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과 피부감작성(후천적으로 피부가 민감해지는 증상으로 접촉성 피부염 등 유발) 우려에 따른 '예방적 조치'인 만큼, 기존 제품에 대한 강제적 회수 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신제품은 논란 없나…부작용 환불은?
논란을 겪은 모다모다는 지난 10월 초 THB 성분이 포함된 '1세대 샴푸'를 단종시켰다. 최근에는 THB 성분을 빼고 출시한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샴푸는 유럽 CPNP(Cosmetic Products Notification Portal) 등록을 마쳤다. CPNP는 EU 화장품 법령에 따라 유럽 내 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을 등록하는 포털 사이트로, 제품의 안전성·효능·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모다모다는 신제품이 독일의 피부과학 인증 기관인 더마테스트에서도 우수 등급 평가를 받는 등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롭게 출시된 샴푸에는 합성타르 색소인 흑색 401호가 사용됐다. 흑색 401호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피부와 머리카락에 장시간 접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다시 점화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흑색 401호는 바로 씻어내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모다모다 측은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성분은 식약처가 사용을 허가한 성분"이라며 컬러 트리트먼트나 바디워시 등에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단협 등이 권고한 리콜 등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과거 모다모다 측은 식약처 고시를 근거로 한 환불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모다모다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전 제품에 대한 리콜 및 보상 조치는 다소 어려운 사안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및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인과 관계 입증을 위해 피부과 전문의 소견서, 진단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모다모다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기타 유통 채널에서도 구매했을 경우에도 해당 기준과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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