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엇갈린 시선

박순봉·신주영 기자 2023. 12. 19. 16: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명 “검찰 과도한 수사” VS 비명 “이재명 대표도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무소속)의 구속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엇갈린다. 친이재명계(친명)계 등 당 주류는 “과도한 수사”라며 야당 탄압론을 폈다. 이들은 송 전 의원 구속이 당에 미칠 파장도 크지 않다고 본다. 반면 비이재명계(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연결하며 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거라고 우려한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의 신당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며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현 무소속)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송 전 대표가 구속된 다음날인 19일 민주당 지도부는 거리를 두며 말을 아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송 전 대표는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지금 기소가 돼서 곧 재판에 들어갈 텐데, 좀 더 지켜볼 사항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탈당 상태인 걸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돈 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해당 의원들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날 송 전 대표 구속에 대해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주류에선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큰 악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이게 꼭 구속까지 갈 사안인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해도 될 것 같다”며 “역시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송 전 대표의 구속이 당에) 부정적인 건 맞다”면서도 “(돈 봉투 의혹은) 이미 반영이 돼 있는 지지율이어서 드라마틱한 영향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명계는 당 지도부의 사과와 이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 구속을 계기로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데도,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다”며 “지난 4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이재명 대표는 국민께 사과하며 사실규명과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 대표의 각종 리스크 방어에만 급급해 당내 도덕성을 방치하였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방탄 정당의 굴레마저 덧씌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면 먼저 우리 민주당이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 길은 통합비대위”라며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 소속의 김종민 의원은 “지금 이재명 당대표가 비슷한 문제와 관련해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여러 가지 재판들이 있으니까 개인 사법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까 사실은 이게 불똥이 당대표 본인한테 옮겨올 것 같아서 사실 처리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천 기준 같은 당의 규율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돈 봉투에 연루된 의원들을 두고) 당 대표부터 기소됐다. 기소돼도 다 출마하는 마당”이라며 “우리 당은 기소는 아무것도 아닌 정당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 다 당연히 공천에 아무런 지장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나는 억울하다’라고 하면서 대법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하는 판이 됐으니 당의 기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모든 정당에서의 일을 법원에 다 가져가야 되느냐”며 “정당이 자율적인 조직으로서 자기 정화를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신당’이란 변수가 사라진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송영길 신당’은 끝났다”며 “그런 당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건 민주당에 부담이다. 실제 비례 의석을 얻을지 모르지만 당 전체의 승리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