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선결 조건
(서울=뉴스1) = UAE에서 진행됐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 28)가 마무리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의장국인 UAE와 미국, EU 주도 하에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매년 4%씩 개선하자는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서약’이 진행됐다. 이 서약에 118개국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도 동참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해야 한다. 2021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이 29.1GW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을 87GW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 올해 1월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확정설비 용량은 69.8GW이므로, 이 서약을 지키기 위해 2030년 목표 설비 용량을 17GW 이상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2~2023년 신규보급 용량을 4GW 정도로 가정한다면, 향후 7년 동안 매년 7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해야 하며 이는 기존보다 연간 보급량이 1.5배가량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현재 준비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다시금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침체기에 있던 재생에너지 산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해온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상향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문제점 8가지를 도출하였다. 도출된 문제점들은 ① 정책의 일관성 결여 ②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정책 미흡 ③ 비용 및 재원 마련 방안 부재 ④ 보급과 연계한 계통확보 정책 미흡 ⑤ 재생에너지 정책의 체계성 부족 ⑥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 ⑦ 국내 재생에너지 기술 및 산업경쟁력 확보 노력 부족 ⑧ 재생에너지 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성 부족이다. 그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전문가들은 ‘보급과 연계한 계통확보 정책 미흡’을 꼽았다.
그간 국내에서는 전남, 경북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집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지역 편중화 현상으로 계통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7.15%에 불과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계통접속 지연은 물론 제주 지역에 이어 전남 지역에서도 출력제한을 시작했다. 이는 지역별 체계적인 보급 계획과 계통에 대한 고려 없이 보급 목표만을 설정하여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온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단기간 내 설치가 가능하지만, 송배전망 구축은 일반적으로 8년 이상 장기간 소요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송배전망 계획은 과거 대규모 중앙집중식 전통 발전원을 기반으로 계획되어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해 시간적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주민 수용성, 토지 획득 및 권리, 인허가 등 다양한 문제로 송배전 설비 건설 지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계획된 송배전망도 적기에 구축되지 못하게 되어 재생에너지 관련 계통 문제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송배전망 적기 확보 방안과 계통 용량을 고려한 지역별 보급 계획 없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만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가 전력수급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문제만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재생에너지 수요를 고려하여 송변전 설비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하여 지역별 보급 잠재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지역별 잠재량에 맞는 송배전망을 적기 구축할 수 있도록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송변전설비계획 수립 시 반영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허가 시에 해당 지역의 계통 상황을 고려하여 인허가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강화하는 등 송변전 설비계획과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이 체계적으로 연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일관된 정책 수립과 정책의 충실한 이행이다. 아무리 국제사회의 요구수준에 맞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는 에너지 정책 수립 이후 이행이 잘 되지 않았으며, 정책 목표를 달성한 경우도 드물다. 이는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설치시공사, RE100 수요기업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325개 기업 중 42.7%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책 수립과 이행 모두 잘 안된다’고 응답하였으며, 32.3%는 ‘정책수립은 잘하나 이행은 잘 안된다’고 응답하였다. 즉,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이행에 대해 76.0%가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정책수립과 이행 모두 잘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8%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책 이행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장기적 투자 방향성 수립에 있어 일관되고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위상에의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기업에의 영향을 고려해서도 에너지 정책의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COP28에서 파리협정 제14조에 따라 전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를 보고하고, 당사국들에게 2024년까지 NDC 이행 관련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함에 따라 정책 이행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 비전과 이행이 아주 중요한 분야이다. 그리고 최근의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 신산업 선점을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에너지안보 이슈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COP28을 통해 국제사회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다시 한번 약속한 만큼, 국내 계통확보 및 안정화 방안을 조기 마련하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이행기반을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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