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명품 시장' 뛰어드는 쿠팡...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파이낸셜뉴스] 쿠팡이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며 500조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 영국 등 190개국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온라인 플랫폼이다. 쿠팡은 이번 인수로 그간 신선식품과 가전·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패션과 명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쿠팡Inc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계약으로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서도록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쿠팡은 파페치가 지난해 대만에 진출한 지 1년2개월 만에 전 세계 이커머스 망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로 국내 K-패션 기업들이 대거 글로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쿠팡의 메머드급 명품 온라인 플랫폼 인수를 두고 "아마존도 고전하는 세계 명품 시장에 쿠팡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마존은 2020년 '럭셔리 스토어'를 선보이며 명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가품 판매 이슈 등으로 하이엔드급 브랜드 유치를 유치하지 못해 고전 중이다.
파페치는 2007년 네베스 창업자가 영국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이다. 폭발적인 성장세로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세계 190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 등 방대한 라인업을 갖추고 전 세계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에 입점해 있다. 파페치는 지난해에만 약 3조원(23억1668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2015년 매출(1억4231만달러)과 비교하면 16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파페치는 이번 쿠팡의 인수로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쿠팡 Inc는 이날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사업과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아테나'(Athena Topco)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아테나는 인수 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해 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각각 소유한다.
쿠팡Inc는 "영국법에 따른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아테나는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파페치 인수에 나선 건 온라인 패션·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가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올해 약 4000억달러 수준으로 온라인 비중(침투율)은 지난해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간 신선식품과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K패션 수출' 핵심 이커머스이기도 했던 파페치 인수로 관련 상품의 해외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파페치에는 한국 대표 디자이너 우영미의 '우영미(WOOYOUNGMI)'와 '송지오(SONGZIO)', '이명신(로우클래식)', '스튜디오 톰보이(신세계인터)' 등 10가지 한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구축해 온 거대 물류망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파페치는 그동안 뉴욕·파리·밀라노 등 제품 브랜드가 있는 부티크 인근에선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 등 국경을 넘은 일반적인 배송은 최대 5일가량 소요됐다. 쿠팡은 로켓배송 등 물류 노하우를 결합하면 이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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