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신속지원군, 제2의 도시 장악…내전 8개월만
내전 8개월 차를 맞은 수단에서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제2의 도시이자 교통의 요지 와드 마다니를 장악했다. 와드 마다니는 내전으로 발생한 피란민들이 그나마 몸을 피해왔던 곳이다. RSF의 장악으로 구호단체의 활동마저 중단되면서, 수단의 인도주의 위기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가디언에 따르면, RSF는 이날 와드 마다니에 진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픽업트럭에 탄 군인들이 다리를 건너고, 소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현지의 민주진영 활동가들은 RSF가 도시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집과 자동차를 약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단에선 지난 4월 정부군과 RSF 사이 내전이 벌어졌다. 이들은 2021년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 사이였으나 이후 민정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군 통합 문제와 통치 방법을 둘러싸고 대립하다 끝내 무력 분쟁에 돌입했다. 유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 지역 연합체 등이 중재에 나서 협상 자리를 만들었으나 번번이 결렬되며 8개월째 사태가 이어졌다.
RSF는 정부군과 3일에 걸쳐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와드 마다니를 점령했다. 와드 마다니는 수도 하르툼에서 남동쪽으로 약 170㎞ 떨어진 수단 제2의 도시이자 알자지라주의 주도다. 주변에 약 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RSF는 이번 점령으로 수단 서부와 중부로 나아가는 주요 거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RSF는 하르툼 대부분과 다르푸르 4개주 등을 장악했고 전국 주요 도시로 진출한 상황이다.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림 아바스 연구원은 “국도의 허브인 와드 마다니를 장악하면 RSF는 동쪽으로 갈 수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지역사회와 정부군, 국제 사회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드 마다니는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수도 하르툼을 피해 떠난 이들이 주로 향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르툼에서 옮겨간 국제 구호단체들 역시 와드 마다니를 거점으로 삼고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와드 마다니를 둘러싸고 전투가 이어지며 또다시 수천명이 피란길에 올라야 했고, 구호 활동 또한 중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족과 함께 하르툼에서 와드 마다니로 피란 온 헤바 압델라힘은 “다시 떠난다면 우리가 가진 것이 완전히 고갈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는 여러 이웃이 트럭을 타고 떠났으며, 전투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공습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수단은 내전을 겪으며 완전히 붕괴했다. 지난 4월 이후 600만명 이상이 집을 떠나 국내 피란민이 되거나 주변 국가의 난민이 됐다. 유엔에 따르면 누적 사망자는 1만2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수단 인구 약 절반이 기아에 처했으며 아동 2000만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RSF와 정부군 모두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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