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맹종한 적 없다"…힘 실리는 '한동훈 비대위' 과제는?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이 최대과제…"대통령에게 할말은 해야"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번 주 비대위원장 선임을 마치고 연내 비대위가 공식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당내 이견을 잠재우고 지도부 공백에 따른 혼란을 수습해 당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장관은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관련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기에 특정 정당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비대위원장으로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정치권에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예산안 처리 후 이번 주말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상임고문단 회의, 중앙위원회·중앙여성위원회 등 당내 직능조직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비대위원장 인선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현역 의원과 전국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참여한 연석회의에서도 한 장관이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장관이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스타장관일지라도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기엔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에 당내 이견을 잠재우고 등판 설득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비윤계 김웅 의원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비유하며,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려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치를 한 번도 안해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비대위원장에 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다른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만큼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통해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당의 리더십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주문했다. 비윤계 허은아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게 중요하지 그 방울 디자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한 장관은 이날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 위해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며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인 의중도 중요하다. 한 장관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토 분위기가 크다면 입당 자체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으로서는 너무 일찍 등판했다가 큰 부담을 혼자 짊어질 수 있다.
야당 공세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재섭 전 최고위원은 전날 연석회의 후 기자들에게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서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하든 다 이해충돌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측근에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대통령 아바타' '검사 공천용 비대위'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윤재옥 권한대행은 당연직이니까 둘이 옆에 앉게 되는데, 딱 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 아니냐"라며 "그런 정도의 지도력으로 지금 총선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당으로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총선을 위해 내가 아니라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하면 대통령도 스탠스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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