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시장 안되네"…출시 한 달 만에 방향 바꾼 '크러시'
유흥 입점에 어려움…가정용 전환 시도
'출시 시기·모호한 타깃' 등 전략 부재 지적
롯데칠성음료가 출시한 신제품 맥주 '크러시'가 출시 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흥시장 공략을 외치며 등장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입점률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최근엔 '투트랙' 전략을 포기하고 가정용 시장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출시 한 달…반응은 '미지근'
롯데칠성은 지난달 21일 신제품 맥주 크러시를 출시했다. 크러시는 시장 점유율 4%대로 위기에 빠진 클라우드를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맥주다.
롯데칠성도 크러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 클라우드 병을 사용하지 않고 투명하고 각진 병을 새로 디자인했다. 광고 모델로 4세대 아이돌의 선두 주자인 에스파의 카리나를 기용했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된 지금까지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당초 유흥용으로 출시됐던 크러시는 최근 가정용 제품 출고를 진행했다. 롯데칠성 측은 고객접점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유흥 시장 입점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출시한 또다른 맥주인 하이트진로 켈리의 경우 출시 첫 달 출고량이 약 104만 상자(330㎖ 병 기준 3162만병)를 기록했다. 배우 손석구가 출연한 켈리 광고도 첫 달 조회수가 1400만회에 달했다. 크러시의 경우 출고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광고 조회수는 200만회 안팎이다.
왜 안 보이나
크러시의 초기 반응이 차가운 데는 낮은 입점률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크러시는 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맥주다. 출시 초 술집과 음식점 등에 입점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주요 상권에서 크러시를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이미 카스와 테라, 켈리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유흥시장에서 크러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좁았다. 크러시를 간접적으로 도와야 할 클라우드는 유흥 시장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조차 세컨드 브랜드인 한맥을 유흥 시장에 입점시키는 데 고전하고 있다. 점유율 4%대 클라우드의 '서드 브랜드'에 내줄 자리가 많을 리 없다.
롯데칠성이 가정용 제품 출시를 시도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롯데칠성은 크러시의 가정용 출시 이유에 대해 "카리나의 광고 론칭 이후 크러시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유흥 시장에서 크러시를 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정용'으로 전환 통할까
가정용 시장, 즉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유흥 시장에 비해 매대가 훨씬 커 상대적으로 신제품 입점이 수월한 편이다. 롯데칠성이 가정용 시장으로 키를 돌린 이유다. 롯데칠성은 우선 크러시 병 제품을 마트와 편의점 등에 출시한 뒤 캔 제품 출시를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우선 크러시는 처음부터 유흥시장 공략을 목표로 만든 맥주다.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진한 몰트향으로 가정용 시장에서 자리를 탄탄하게 잡았다. 반면 크러시는 올몰트 맥주면서도 목넘김이 가볍고 탄산감이 적은, 이른바 '소맥용' 맥주로 기획됐다. 소주를 섞지 않고 맥주만 마시는 수요가 많은 가정용 시장에서 선호하는 맛이 아니다.
출시 시기도 발목을 잡는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12월에서 3월은 맥주 시장 비수기다. 신제품이 자리잡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롯데칠성의 전략 실패를 지적한다. 다른 맥주 브랜드들의 활동이 뜸한 비수기에 출시했음에도 유흥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출시 1개월 만에 방향을 틀었다는 비판이다.
다만 아직 크러시의 성패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성수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고 유흥 시장에도 어느 정도 입점이 진행된 후에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투명하고 각진 병 디자인과 카리나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주소비층인 2030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따라서 신학기가 시작되면 매출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러시가) 출시 초기 반응이 많지 않고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비수기인 만큼 성수기가 돌아오는 내년 봄~여름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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