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업체 사전 규제 강수 둔 배경은…‘뒷북 제재’ 방지 차원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발표한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가칭)은 특정 기준을 만족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해 이들의 자사우대 등 위법 행위를 신속히 판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와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칙 행위가 나타나도 신속한 제재가 힘들었던 탓에 스타트업 진입 제한, 소비자 후생 저하 등 회복하기 힘든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가 기존 공정거래법이 존재함에도 별도로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는 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전통시장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이른바 ‘쏠림효과’(tipping effect)가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편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져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져 독과점 효과가 고착화되는 단점이 나타날 수 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이 법에 들어가는 반칙 행위 유형은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최혜대우 요구(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의 거래조건을 타 유통 채널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요구), 끼워팔기(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 등이다.
공정위는 사전에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게 되면 시장지배력 사업자 여부, 시장획정, 경쟁제한성 여부 등을 판단하는 시간이 단축돼 신속한 제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스타트업을 진입 못하게 하면 소비자나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면서 “법 집행에서 2~5년 걸리던 것이 반 이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시장지배력이 있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방안은 유럽연합(EU)과 독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지배적 사업자로는 메신저의 카카오톡, 운영시스템의 안드로이드·iOS, 영상 공유 플랫폼의 유튜브, 검색엔진 서비스의 구글·네이버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공정위는 다만 지정된 사업자들이 반칙행위를 했음에도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사전 규제’라는 강수를 두면서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시장 점유율이 큰 우리 온라인 시장의 특성상 이 법안이 제정되면 토종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연합은 전날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용자수가 2위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면서 “과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진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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