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유지보수 독점 깨는 '철산법' 개정 시도 또 '불발'

이민하 기자 2023. 12. 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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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시설 유지보수' 독점구조를 깨는 것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 처리가 다시 한번 불발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등은 철산법 제38조 가운데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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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방지'·'코레일 업무 유지' 포함 국토부 절충안도 '미상정'…정치권 '철도노조' 반대 눈치 해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시설 유지보수' 독점구조를 깨는 것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 처리가 다시 한번 불발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동 폐기될 것을 보인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교통소위)에 상정되는 법안 37건 가운데 철산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교통소위 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철산법 개정안은 앞서 이달 5일 마지막 정기 국회 교통소위에서 상정되지 못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으나, 12월 임시국회 일정이 잡히면서 마지막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법안이 미상정되면서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초까지 다시 상정되지 않으면 결국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등은 철산법 제38조 가운데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레일의 업무 독점을 보장하는 조항 탓에 오히려 철도 안전성과 유지보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현재는 진접선뿐 아니라 에스알(SR) 수서고속철도(SRT), 수도권 급행광역철도(GTX)-A 노선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데도 유지보수 업무만 맡는 국가철도 구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현실에 맞춰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철산법 개정을 두고 지난 1년간 코레일과 철도노동조합, 국가철도공단 등 이해관계자들은 첨예하게 맞서왔다. 모두 철도 안전을 내세우면서도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현행 체계 유지를, 철도공단 등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 개정 필요해" BCG 연구 결과에도 법안 상정·논의조차 안 돼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궤도이탈 사고와 관련 7일 오후 4시 정상운행을 목표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복구 시까지 용산역, 영등포역에 모든 열차는 정차하지 않는다. 2022.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토부는 이달 들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용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국토부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올해 초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발주해 최근 마무리된 철도 안전체계 개선 용역에서도 '철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독점 수행토록 하는 철산법 조항 때문에 시설관리 업무가 부적절하게 파편화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국토부 절충안은 철산법에서 코레일 독점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하위 시행령을 통해서 코레일이 기존 업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시행령에 기존 코레일 운영 구간은 코레일이, 그 외 구간은 해당 운영사 등이 유지보수를 수행토록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또 철도노조가 철산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인 '민영화'를 막기 위한 장치도 뒀다.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철도사업자 대상을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으로 한정한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철도노조의 반대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 내에서도 철도노조를 의식한 일부 의원들이 법안 상정을 막았다는 뒷말이 나온다"며 "내년에는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처리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철도업계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와 국토부의 절충안에도 또 한 번 법 개정이 무산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시대에 맞지 않는 철산법 법 개정이 무산된 것은 누구의 승리도 아닌, 모두의 패배"라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는 철도안전체계가 유지되는 피해는 국민들한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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