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차기 에이스+세대교체' 한국 야구, 세계 4위로 마무리[공식발표]

김민경 기자 2023. 12.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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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효하는 문동주 ⓒ 연합뉴스
▲ 한국 야구대표팀 ⓒ WBC
▲ WBSC가 19일 발표한 남자 야구 세계랭킹 ⓒ WBSC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 야구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세계랭킹 4위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WBSC가 19일 발표한 세계랭킹에 따르면 한국 남자 야구는 4353점으로 4위를 유지했다. 1위는 주요 국제대회마다 정상을 휩쓸고 있는 일본(5797점)이 차지했고, 2위 멕시코(4764점), 3위 미국(4492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올해 4위로 시작해 지난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 탈락하고 한때 5위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8월부터 4위를 되찾았다. 한국은 지난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235점을 얻었고,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에서 3위에 올라 418점을 더 쌓았다. WBC 때는 1라운드에 탈락하면서 621점을 얻었다.

WBSC 세계랭킹은 WBSC가 주관하는 프리미어12에 가장 많은 포인트(1위 1380점)가 걸려 있다. WBC가 그 다음(1위 1150점)이다. 연령별 야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도 포인트가 부여되는데, 대회 중요도에 따라 우승 포인트에 차이가 난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도 WBC 때보다 적은 포인트를 쌓은 이유다.

한국은 올해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한 한 해였다. 지난 3월 WBC에서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뒤 야구계 내에서 세계 야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은 WBC에 김광현(SSG), 양현종(KIA), 김현수(LG), 양의지(두산), 박병호(kt) 등 나이 30대 중후반 베테랑들 위주로 전력을 짜서 나갔다. 이들이 최근 10여 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사실이고,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표팀 에이스부터 안방마님, 4번타자 등 주축 선수들을 새 얼굴로 바꿀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위 선수들도 세월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분위기 전환을 시작했다.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로 선발 기준을 세우고 유망주 위주로 전력을 구성했다. 대회 직전까지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지배적이었다. 주축 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고, 4번타자 강백호(kt)도 부진한 시즌을 보낸 터였다. 김광현과 양현종 등 기존 베테랑이 없는 국가대표 선발진은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 대표팀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 타선을 이끈 4번타자 노시환 ⓒ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한국은 세대교체 시도 덕분에 큰 희망을 봤다.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한화)의 탄생이 대표적이었다. 문동주는 지난 4월 시속 160.1㎞짜리 강속구를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투수 최초로 마의 시속 160㎞ 고지를 넘으면서 한국도 일본과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강속구 투수를 발견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문동주는 마이너리거들을 총동원해 최정예로 나선 대만을 잡는 중책을 맡았다. 문동주는 대만과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4이닝 2실점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지만, 대만과 결승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2-0 완승을 이끌었다.

불펜에서는 박영현(kt)이 일을 냈다. 어리지만 대담한 배짱투를 펼치며 왜 '포스트 오승환'이라 불리는지 증명해 냈다. 최지민(KIA)은 왼손 불펜으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고우석(LG)은 국제대회 마무리투수의 자격을 증명한 뒤 눈물을 흘렸다.

타선에서는 강백호 외에도 노시환(한화), 윤동희(롯데), 김주원(NC)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31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노시환은 차기 국가대표 4번타자로 입지를 다지는 시간을 보냈고, 윤동희와 김주원은 대표팀 타선에 짜임새를 더했다. NC 포수 김형준은 새로운 대표팀 안방마님으로 본인을 각인시키는 시간을 보냈다.

▲ 박영현 ⓒ 연합뉴스
▲ 김주원 ⓒ곽혜미 기자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 대부분을 유지해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참가해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또 한번 일본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문동주와 노시환이라는 투타 주축을 확인한 대회였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우완 곽빈(두산)과 APBC에 처음 발탁된 좌완 최승용(두산)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는 이렇듯 류중일 감독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세대교체로 가는 과정에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 이제 김하성(샌디에이고)에 이어 이정후까지 빅리거가 됐고, 고우석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혜성(키움)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는 등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뛰놀고자 하는 의지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도전정신은 곧 한국 야구의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이정후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할 당시 모습. ⓒ곽혜미 기자
▲ 김혜성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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