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한민 "이순신 장군님, 저 좀 쓰다듬어 주시면 안 돼요?" [인터뷰M]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순신 3부작의 영화를 마무리한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무려 10년간의 이순신 3부작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김한민 감독은 "10년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싶다.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자면 '천행이었다'라고 할 수 있겠다. 개봉을 못할 뻔하거나 촬영을 못할 뻔한 일을 겪고 지금까지 온건 천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의 역사를 3부작인 '명량' '한산' '노량'으로 풀어낸 김한민 감독은 이번 작품 '노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행보를 중점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만들어할 작품을 운 좋아서 만들었고 보여드려야 할 작품을 보여드려서 다행"이라고 하며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다행이고 뿌듯하다. 이건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 게 아니라 이 영화가 왜 존재해야 하고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노량'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장군님의 마지막 대사에 감히 한마디를 더 붙일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작품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김한민 감독이 '감히' 붙인 한마디는 '완전한 항복'이라는 것이었다. 왜군의 완전한 항복을 받기 전에는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라 이순신 장군은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의도도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이 대사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그 대사 한마디는 장군님의 전체적인 언행 속에서 추측, 요약한 것이다. 내가 감히 그 말을 만들어도 장군님이 나를 나무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해전이 설계가 되었고 어떤 난관을 극복해 가며 해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라며 오랜 기간 동안 이순신을 연구하고 분석하며 작품을 구성하며 얻어낸 자신만의 생각임을 밝혔다.
매 작품마다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가 달라졌다. "'명량'을 할 때 최민식을 캐스팅했으니 계속해도 되지 않나도 생각했고 배우를 바꿀까에 대한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최민식이 '명량'을 찍고 나서 한편에 자신의 에너지를 다 쏟았다고 해서 해전에 맞는 특징 있는 배우를 쓰면 좋겠다고 판단을 했다."라며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의 세 배우를 이순신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노량'의 주제의식은 왜 다 끝난 전쟁인데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집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만들어졌다는 김한민 감독은 "모두가 아는 역사에 모누가 아는 결말이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장면은 안 찍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잘 찍어도 밑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피해 갈 수 없더라. 다만 어디에 배치하느냐로 부담을 피하려 했다. 그 대사에 장군의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안 찍는다면 안될 것 같았다."라며 영화의 엔딩 장면을 놓고 굉장한 고민을 했음을 알렸다.
정공법을 택했다는 그는 "어떤 톤으로 가야 진정성이 보일지 고민이 되어서 김윤석 배우와 소통을 많이 했다. 대사를 하면서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면'까지만 말하고 말을 흘리면서 돌아가시는 걸로 조정했다. 진정성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려 했다. 다만 그 장면을 어디 배치하느냐 했을 때 장례식 장면에 넣으니까 잘 어울리더라"라며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관객들이 가장 기대할 장면의 편집 비하인드를 밝혔다.
"편집할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 팔불출도 아니고..."라는 김한민 감독은 장면마다 눈물을 쏟게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면서 "최종 믹싱 후 장군님이 마지막 가시는 장면에서 또 눈물이 나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남을 드러냈다.
이번에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에 대해 "오버할 필요 없다고 디렉션을 했었다. 서로 교감하는 데 있어서 김윤석 배우가 김한민 월드에 대한 리스팩트를 표현하고 오셔서 쉽고 명징하게 의사소통을 했었다."며 서로 시원하게 소통하며 작업했음을 알렸다.
이번 영화에서 사운드가 가장 힘들었다는 감독은 "100분의 완급과 밸런스를 가져가는 게 제일 힘들더라. 다들 cg가 힘들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해전이나 스케일들을 표현하기에는 사운드가 제일 고심이었다."라며 의외의 고민을 고백했다.
그러며 "야간전투에서는 광원이 중요했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해전을 어떻게 관객들이 잘 따라가면서 피로하지 않게 보게 하느냐가 중요해서 그 설계를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반응을 봤을 때 너무 어두워서 못 봐주겠다는 글이 간혹 올라오던데 그때마다 댓글에 상영관을 의심하라는 글이 달리더라. 그 부분은 고마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며 "한국영화 최초로 LED조명을 썼다. 데이에서 나이트로 가는데 채 1분이 소요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큰 장점이었다. 가장 CG 회사가 (25개 업체 800여 명) 참여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며 정말 많은 기술력의 집약으로 만들어진 작품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순신의 유지가 더 확장되기 바랐고 그래서 당시의 정치인에게까지 그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랐다. 그래서 광해를 등장시키게 되었다."라며 영화의 엔딩 부분에 광해 역할로 이제훈이 특별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이제훈은 친분이었지만 어쩐지 광해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라며 캐스팅 비하인드도 덧붙였다.
이순신의 아들로 여진구도 등장했다. 김한민 감독은 "여진구는 인연이 없었는데 한번 던져봤다. 이순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 역할인데 효심 가득하고 기골장대하고 반듯한 청년의 느낌을 여진구가 갖고 있었다. 다행히 여진구가 기꺼이 하겠다고 답이 와서 매우 기뻤다. 액션을 너무 잘하더라. 액션이 우아하더라. 칼질을 저렇게 우아하게 하는지 감탄하며 촬영했다. "라며 여진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이순신 장군을 보낼 생각이 없다는 김한민 감독은 "다른 준비하는 작품도 있지만 여력이 되면 또 다른 역사를 다루고 싶기도 하다. 이순신의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또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순신이 나오지 않는 이순신 이야기도 있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드'를 목표로 삼고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김한민 감독은 "집단적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 수세에 빠져있던 국면을 바꾸는 이순신의 모습, 용기를 내게 하는 모습, 평소 준비되어 있는 모습, 어떤 부단한 침략에서 올바른 종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리마인드도 시켰다. 우리 역사를 보면 그런 종결이 안돼서 지속적으로 불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특별히 리마인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짚어냈다.
혹시 꿈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저 좀 쓰다듬어주시면 안되요?"라고 애교있는 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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